김대중 대통령의 신년 화두는 '고난과 자신감'이었다. 김 대통령은 2일 수석 비서관들과의 신년 인사에서 "새해에는 많은 고난이 예견되고 상당한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고 진단하면서도 "그러나 우리는 이를 극복하고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김 대통령은 이날 "우리는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을 여러 차레 반복했다.
김 대통령이 구랍과 새해 벽두 시내 모처에서 2박3일간의 휴식을 취하며 국정 구상을 가다듬었음을 감안하면, '고난과 자신감'이 새해 국정구상의 뼈대로 자리잡았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신년 인사말에는 주가폭락, 체감경기의 추락, 구조조정에 따른 실업자 증가에 대한 미안함과 반성도 있었다. 그러나 김 대통령의 새해 언급은 반성 보다는 자신감의 회복, 개혁의 일관된 추진에 더 무게를 두고 있음이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김 대통령은 특히 최근 시중에서 대두되고 있는 '강력한 정부론'에 대해 "그런 주문이 많다는 것을 이해한다"고 전제한 뒤 이에 대한 시각을 밝혔다.
김 대통령은 "강력하다는 것이 힘으로 누르고 기업을 문닫게 하거나 재벌을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다"면서 "강력한 정부는 시장에서 모든 주체들이 자율적으로 움직이고 원칙과 법, 질서가 존중되고 국민 권리가 보장되는 정부"라고 말했다.
이 같은 언급들로 미루어, 김 대통령은 새해 들어 정부와 국민의 자신감 회복에 우선순위를 둘 것이지만 그렇다고 이를 위해 충격요법을 사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김 대통령이 강력한 정부를 요구하는 여론을 알면서도 "민주적 절차와 과정을 중시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점이 기본 틀의 불변을 말해준다.
따라서 김 대통령이 조만간 밝힐 국정쇄신안에도 대통령의 당적 이탈 등 파격적인 내용이 들어있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구조조정의 어려움을 감내하면서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는 '우보(牛步)'를 택할 것이며 또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다는 게 김 대통령의 인식인 것 같다.
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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