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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문예/ 희곡 당선자 '김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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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문예/ 희곡 당선자 '김정훈'

입력
2001.0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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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자 김정훈씨 인터뷰희곡 당선자 김정훈(金正勳ㆍ33)씨는 신춘문예라는 관문을 통과하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실증해줄 만한 사람이다. 그는 이미 연극판에서는 알려진 얼굴이다.

1992~93년 인기리에 공연됐던 이문열 원작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서 주인공 엄석대 역을 했던 배우이기도 하다. 우리극연구소 장학생으로 입단해 화제작 '오구' 조연출, '눈물의 여왕' 보조작가로 일하기도 했고, 최근 방영된 SBS 드라마 '달콤한 신부' 등 3년 전부터 많은 방송극도 써왔다.

시인 함민복, 이진명씨 등과 동기생으로 서울예술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한 김씨는 연극에 대한 일념으로 다시 극작과에 진학했다. 하지만 그는 신춘문예와는 참 인연이 없었다.

재작년에도 '왕년의 스타'라는 미니 악극을 한국일보에 응모, 최종심에서 당선작과 경합하다 탈락했다.

김씨는 "당선되기 전에는 시집도 안간다"고 이를 악물고 여동생과 자취하며 희곡을 써왔다. '너에 대한 추측'의 당선은 그래서 그의 생에 무엇보다 큰 선물이다.

김씨는 "대중 가극을 쓰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만담과 만요가 어우러진 우리 전래의 악극이, 서구 현대극이 연극의 주류로 자리잡게 된 이후 '신파극' 으로 취급당하면서 맥이 끊긴 것이 못내 아쉽다는 것이다.

그는 "나는 전생에 대중 악극과 인연이 있었던 것 같다"며 "우리 현대 정서에 알맞은 쉽고 재미있고 행복한 글을 써서 대중 속으로 깊숙이 잠입할 수 있는 작가가 되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오랜 짝사랑 이루어진것 같아...

●당선소감

"나 좀 꼬집어봐!" 당선됐다는 전화를 받고 곁에 있는 제 친구에게 손등을 불쑥 내밀었습니다. 전날에 잠을 거의 못잔 상태라 꿈꾸고 있는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친구가 한번 꼬집어 주는데 별로 아프지 않았습니다. "에이...안 아프네 이거 꿈이구나" 했더니 친구가 다시 한번 세게 꼬집어주었습니다. 아픔을 깨닫는 순간 마음 속에 갑자기 꼬마등이 생겨나 반짝반짝 빛나는 것 같았습니다.

오랜 저의 짝사랑이 이제서야 이루어진 기분입니다. 어릴 때부터 글쓰는 일은 저에게 참 다정한 일이었습니다.

인간과 사회와 인생의 부조리함을 겪을 때마다 글쓰는 일은 다정한 벗이 되어 저의 멍든 마음을 다독여 주고 치유해 주고 다시 힘껏 일어설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글쓰는 일을 차마 놓아버리지 못하고 짝사랑해 왔습니다.

저에게는 살아있는 동안 써내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유수와 같은 이 세월을 건너가며 마음먹어 두었던 이야기들을 부지런히 써나가고 싶습니다. 농부가 농사를 짓고 소가 밭을 가는 그런 마음으로 말입니다.

촌스러운 일이지만 감사드리고 싶은 분이 너무나 많습니다. 우선 당신들의 맏딸이 지금은 고생해도 나중엔 잘될 거라고 격려해주셨던 부모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각자 사느라 자주 만날 수 없지만 오랫동안 따뜻한 격려와 질책을 아끼지 않았던 세 친구 용형, 지영, 선희 그리고 연극을 같이 하며 동고동락했던 착하디 착한 내 벗들과도 기쁨을 나누고 싶습니다.

아껴주신 여러 선생님들과 마음으로부터 격려해주셨던 고마운 인연들에게 마음 속 깊이 감사를 드립니다.

부족하기 짝이 없는 작품을 선해주신 심사위원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좌충우돌했던 저의 청춘, 철없고 물정 몰라서 너무 완고했던 것 같습니다. 뜻밖에 과분한 상을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약력

▦ 1968년 경기 안양 출생

▦ 서울예술대 문예창작과(1989), 극작과(1995) 졸업

▦ 한국방송작가협회 교육원 창작반 수료

하종오기자

joha@hk.co.kr

■심사평

희곡이 시나 소설과 다른 것은 공연성이라는 전제 조건이 따른다는 것이다. 활자로 읽어나갈 때는 아름답고 고급스런 언어들이 배우의 몸과 극장 공간을 통해 표현될 때 언어의 평면성에 떨어지는 경우를 경계해야 한다.

일단 공연성이 있는 작품으로 '수릅산, 수릅산'(박새봄) '세발 자전거'(한인실) '너에 대한 추측'(김정훈)이 최종심에 올랐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최종심에서 선정의 기준이 된 것은 문학성이라고 하는 주체적 글쓰기의 당사자를 찾는 일이었고, 여기서 두 선자는 멈칫거렸다.

'수릅산, 수릅산'은 신화와 현실의 관계를 능숙하고 단정한 구도로 형상화시키는 데 성공했고, '세발 자전거'는 빼어난 인물 설정이었다. 그러나 두 작품 모두 능숙하고 빼어난

공연성에도 불구하고, 글쓰는 당사자의 주체적 의식과 정서를 발견하기 어려웠다. 근래 극작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지만, 극작은 잘 짜여진 공연대본 만들기는 아니다.

그 이 상의 주체적 글쓰기가 요구되는 것이다. 누가 쓰는가? 왜 쓰는가?에 대한 작가 자신의 개 성적인 삶의 냄새가 묻어나야 하는 것이다.

'너에 대한 추측'이 극작 구성상 약간의 문제점을 안고 있으면서도 당선작으로 결정된 것은 바로 이 점이다. 삶에 대한 쓸쓸한 관심과 애정, 무엇보다 절차탁마의 과정을 거친 문체가 진하게 느껴졌다.

구성상의 문제는 연극 만들기의 과정에서 수정 보완되기를 바란다. 당선을 축하한다. 이 비연극적인 세상에서 작가로 오래 오래 살아 남기를 바랄뿐이다.

/심사위원= 이강백 이윤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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