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금까지 떼어내 자기들 몫은 챙겨놓고는 낮아진 이자율 탓만 하니 말이 됩니까?"최근 2년 만기를 채운 저축성 적금을 찾으러 D보험사를 찾은 이모(32ㆍ회사원)씨는 너무
기가 막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2년 동안 매달 꼬박꼬박 5만원씩, 모두 120만원을 냈는데 만기가 돼 돌아온 돈은 이자 한푼 없는데다, 원금조차 6,000원이 깎인 119만4,000원. 매달 보험료 10만원을 내고 지난달 22일 2년 만기 적금을 찾으러 S보험사를 찾은 강모(33ㆍ여ㆍ노점상)도 238만 2,000원만 받았다.
IMF 직후 비정상적으로 높아진 금리를 이용, 보험사들이 '장기 파워플랜' '슈퍼 재테크' 등으로 선전하며 내놓은 2년 만기 저축성 적금 고객 10만여명이 이자는 커녕 원금조차 건지지 못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당시 보험사들이 재경부의 인가를 받아 개발해낸 저축성 적금의 선전문구는 '이율 16.5%, 2년 만기'. 하지만 실제 적용되는 이율은 정기예금 금리가 반영되는 '공시이율'이었다.
이 때문에 99년에 들어 금리 자체가 IMF 직후보다 낮아지면서 실제 이 상품에 적용되는 今리가 동반하락했고, 그나마 보험료 가운데 보험설계사 수당과 광고비 등 '사업비' 명목으로 25%를 제외한 뒤 이율이 적용됐다.
따라서 이씨처럼 소액을 납부한 경우 보험료에 붙은 이율이 떼어낸 사업비보다 적은 경우가 허다하다. 더구나 당시 최소 3년 이상이었던 적금기간이 2년으로 줄면서 당장 목돈이 필요한 서민들과 직장인 다수가 가입, 피해자가 크게 늘어났다.
이씨는 "금융당국도 '적법하다'는 말 뿐"이라며 "말로는 '고객 제일'을 내세우면서도 고객의 원금까지 떼어내 사업비 등 챙길 건 다 챙기는 보험사들의 작태는 합법을 가장한 도둑질과 다를 게 없다"고 분개했다.
이에 대해 생보사의 한 관계자는 "당시 시중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해 2년 만기 신상품을 개발했는데 금리가 이렇게 낮아질 줄은 몰랐다"면서 "특히 소액납부고객들 가운데 상당수는 일부 원금 손실을 입게 돼 미안하지만 우리로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보호원 관계자는 "아무리 좋은 조건이라도 특히 보험상품을 선택할 때는 해당 약관과 가입조건 등을 꼼꼼히 따져보는 습관을 갖는 게 최선"이라고 지적했다.
양정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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