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값 폭등, 월세 급증으로 점철됐던 지난해 상반기 부동산 시장은 집 없는 서민들에게 무거운 짐을 지웠고 하반기에는 잇따른 건설업체 부도가 수많은 입주 예정자들의 애를 태웠다. 거래 실종 현상 또한 깊어져 급하게 집을 팔아야 하는 사람들은 발을 굴러야 했다.올 부동산시장은 일단 이 같은 지난해의 부정적 유산에서 쉽사리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21세기컨설팅 양화석 대표는 "금융?기업구조조정이 윤곽을 드러내면 1분기 중 실업자가 대량으로 발생하고 부동산 매물도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소비심리가 살아나지 않는 한 거래가 활발해지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기 회복과 밀접하게 연관돼 움직이는 것이 부동산 시장이다. 따라서 일단 상반기까지는 경기 불안감으로 인한 침체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시중 금리가 낮고 각종 경제 지표들도 1997년 외환위기 때와는 달라 큰 폭의 자산가치 하락은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관된 지적이다.
지난해 불기 시작한 임대아파트와 소형아파트의 강세는 올해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주택이 투자나 소유의 개념에서 단순한 주거의 공간이라는 인식이 높아진 데다 실수요자들이 이제 어깨에 힘을 빼고 주택시장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 쪽에 관심이 있는 실수요자라면 더 이상 기다리지 않아도 좋다고 부동산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부동산114 김희선 이사는 "대형주택은 올해 입주물량도 많아 장기 침체로 가기가 쉽겠지만 중소형은 1분기에 바닥을 치고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소형아파트는 지난해에도 인기를 모았으며 하반기 전체적인 주택시세가 하락하는 상황에서도 대형이 하락을 주도했을 뿐, 소형은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경매 시장은 활기가 예상되는 부분. 채무가 많은 부동산은 급매물로 나와도 시장에서 소화하기가 힘들어 결국 법원 경매시장이 1분기부터는 활발해질 듯하다. 실제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매 물건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수익성이 보이는 좋은 물건도 한결 많아지고 있다.
부동산뱅크 김우희 편집장은 집 값 전망과 관련, 경제상황 등 외적 요인에 따른 변수를 단서로 달며 "정체 내지는 소폭 하락세를 유지하다 늦어도 오는 8월께 바닥에 닿을 것 같다"며 "매입에 나선다면 그보다 2~3개월은 앞서야 하고 구체적인 희망지역을 정하고 시세 동향 등을 파악해 가는 것은 더 빨리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진성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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