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은 남북간 '회담의 해'였다.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장관급회담, 적십자회담, 경제협력회담 등이 이어지면서 한반도 통일을 향한 선언과 토대를 마련했다. 2001년은 남북간 '실천의 해'가 될 것이다.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남한을 방문하는 2차 남북정상회담이 예정돼 있고, 이산가족 상봉이 정례화하고, 개성공단 설립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지난해 9월18일 기공식(사진)을 가진 경의선 철도 복원이 9월 중에 완공될 예정이다.
경의선 철도 복원은 남북간 산업 연결은 물론 극동아시아 물자가 러시아와 중국으로 이어지는 '철의 실크로드 시대'를 열게 될 것이다. 아시아의 발전에 한반도의 남북화해가 필요 조건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올해 남북관계 최대 이벤트는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이다. 남북 양측이 6ㆍ15 공동선언에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암묵적으로 올 상반기 추진을 약속한 상태인 만큼 불가피한 사정이 발생하지 않는 한 상반기 실현이 예상된다.
김 국방위원장의 서울방문 시기를 결정할 주요 변수는 미사일 문제해결 등 북ㆍ미 관계 진전 여부와 남측의 경제 회복 속도 등이다.
한반도 긴장완화 조치와 직결되는 2차 남북 정상회담은 북ㆍ미 관계 진전을 동반하지 않고는 가시적인 군사적 신뢰구축이나 긴장완화 조치를 내놓기 어려운 실정이다. 또 2차 정상회담을 계기로 전력 협력 등 남북 화해 협력을 가속화하기 위해서는 남측 경제의 회복이 절실하다.
남측 경제 사정은 김 국방위원장의 남측 방문 분위기를 좌우할 주요 요소이기도 하다. 이런 맥락에서 일부 관측통들은 올 3~4월까지 남측 경제사정이 회복할 가능성이 적다고 점치면서 김 국방위원장의 답방 시점으로 늦은 봄을 예상한다. 물론 북ㆍ미관계가 급류를 탈 경우 사정은 다를 수 있다.
이와 함께 올해 남측이 가장 역점을 두고 진행할 사업은 남북 이산가족간 본격적인 서신교환과 면회소 설치를 통한 상봉 정례화다.
정부는 3월 이산가족 300명씩의 서신교환을 계기로 정례적인 서신교환을 추진할 방침이다. 지난해 비전향 장기수를 북송하면서 추진했던 면회소도 상반기 중 설치한다는 방안을 갖고 있다.
남북 협력사업에서 가장 가시적이면서 커다란 파장을 몰고 사업으로는 올 9월 경의선 철도 및 도로 연결사업 완공이 꼽힌다.
문산-개성간 30㎞의 끊어진 철도와 도로가 연결될 경우 개성공단-남한간 물류 이동은 물론 남한과 일본의 물자가 러시아 중국으로 이동할 수 있는 통로가 마련되는 셈이다.
따라서 철도 복원은 남북경협과 대륙 수송의 획기적 전기가 될 듯하다. 하지만 낙후되어 있는 북한지역 내 경의선 철도 구간의 보수 문제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현안으로 부상할 것이다.
아울러 올해에는 한라산 관광단 방문, 2002년 월드컵 남북 분산 개최에 관한 진전, 서울 평양 축구 교환경기 실현, 교수 학생 문화계인사 교환방문 등 사회 문화 체육 분야에서 활발한 남북 교류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남북, 이것만은 고치자
2001년에는 이런 것만은 고치자. 남북은 2000년 25차례 회담에서 커다란 성과를 거두었지만 그에 못지 않게 회담을 지켜본 국민들에게는 '짜증'도 많았다.
먼저 효율적인 회담 진행에 대한 국민들의 욕구가 커지고 있다. 남북 회담 대부분이 전체회의가 아닌 대표접촉을 통한 봉건적인 '담판' 형식으로 진행됐다. 2차, 4차 장관급회담의 경우 공식 전체회의가 제대로 열리지 못해 회담 기간을 하루 연장했다.
2차 적십자회담의 경우 남측 대표단이 회담 결렬까지 언급하면서 금강산 현지에서 한 때 짐을 싸는 등 회담 마다 '벼랑 끝 전술'이 횡행했다.
또 밤샘 협상을 통한 지루한 힘겨루기가 반복되면서 국민들은 의례히 '회담=심야 협상'식의 인식이 각인됐고, 자연히 회담 결과에 대한 투명성이 논란거리로 등장했다.
상대방에 대한 인신공격도 당장 중지돼야 한다. 지난해 북측은 장충식(張忠植) 전 한적 총재의 인터뷰기사를 비난하면서, 대화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
이로 인해 남측의 대북 인식이 상당히 경직돼 갔고, 이는 결코 남북 화해협력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북측의 이 같은 태도가 반복될 경우 남북간 불신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회담을 통해 합의된 문제는 성실하게 이행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북측은 지난해 1차 적십자 회담에서 합의한 면회소 설치 원칙과 관련, 성의 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남측은 비전향 장기수 63명을 북송했음에도 불구, 북측은 면회소 설치에 관해 분명한 대답을 주지 않고 있다.
경제시찰단, 한라산 관광단의 남측 방문, 이산가족 서신교환 등도 미뤄졌다. 북측은 인력난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국민은 이를 믿지 않는다.
이러한 구태를 극복하지 못할 경우 6ㆍ15 공동선언 이후 점차 식어가는 국민적 열기를 회복할 수 없다는 점을 남측 당국은 북측에 적극적으로 주지시켜야 한다. 그래야 2001년 남북 회담은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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