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은 드물게 선거가 없는 해이긴 하지만 어느 해 못지 않게 정치적 파랑이 거셀 것 같다. 2002년 대선을 앞두고 이미 불이 붙은 여야 간 대권 경쟁은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다.자민련이 민주당 3인의 '수혈'로 교섭단체 구성이 가능해짐에 따라 4ㆍ13총선 이후의 정국구도가 불안한 양당체제에서 형식상 3당체제로 바뀌었다.
그러나 DJP 공조의 복원 정도 및 여야 모두 내부에 안고 있는 불안요인들의 작용여하에 따라서 정계개편의 가능성은 항상 열려 있다. 지난해 말부터 분출하기 시작한 4년 중임 정ㆍ부통령제 개헌론이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 지도 관심사다.
대권 후보를 둘러싼 민주당 내부의 기 싸움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의 수성(守城)도 한층 불을 뿜을 것이다. 경제회복의 전망과 정치구도와의 함수관계에도 이목이 쏠린다.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가져올 민족사적 충격과 정치권에 미칠 파장도 예의 주시할 대목이다.
■ 정계개편론…합당론등 연기 솔솔
여권에서 거론되는 정계개편론은 2001년 정국의 뇌관이 될 수 있다. 민주당 의원 3명이 구랍 30일 자민련으로 당적을 옮겨 자민련을 교섭단체로 만들어준 것은 '준(準) 정계개편'이란 해석도 있다.
민주당ㆍ자민련의 합당을 포함한 본격적 정계개편은 실현성이 없어 결국 시나리오 단계에서 끝날 것이란 주장이 많지만, 소수 여당의 한계는 '새판 짜기'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만일 여권이 정국안정을 명분 삼아 개헌론을 고리로 여대(與大) 구축을 시도할 경우 야당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
여권에서 회자되는 개편 시나리오는 크게 3가지다.
첫째는 민주당ㆍ자민련ㆍ민국당ㆍ한국신당ㆍ무소속 등 비(非)한나라당 세력이 통합해 과반수(137석) 를 조금 넘는 신여당을 만드는 방안.
둘째, 비한나라당 세력에다 한나라당 비주류 일부까지 끌어들이는 그림도 있다.
셋째, 지역화합과 후진 육성을 명분으로 DJ, JP, YS 세력을 아우르는 '신 3김연합론'이다. 그러나 자민련과 한나라당 비주류 등은 정당 운영에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2선 후퇴하는 것을 정계개편의 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 개헌론…與野흔들 '태풍의 눈'
개헌론은 실현 가능성 여부와는 별도로 한번 불이 붙기 시작하면 그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가늠키 어려운 '태풍의 눈'이다.
세밑 정국에 민주당 김중권(金重權) 대표와 이인제(李仁濟) 최고위원, 자민련 김종호(金宗鎬) 총재대행 등 여권 인사들이 앞다퉈 대통령 중임제와 정ㆍ부통령제를 내용으로 하는 개헌론을 제기한 것을 예사롭게 보아 넘길 수 없다.
여권이 여소야대 구도를 깨뜨리기 위해 정계개편을 시도할 경우 유력한 고리가 개헌이다. 개헌에 내포될 수 있는 정치적 의도 때문에 여권이 먼저 개헌을 추진하기는 부담스럽다.
조기 권력누수(레임 덕) 등 단임제의 폐단을 시정하기 위한 개헌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면 정치권은 엄청난 격동에 휩싸이게 된다.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는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와 여권 사이엔 가파른 전선이 형성돼 사활을 건 공방이 벌어질 것이다.
한나라당 내에서는 개헌을 주장해 온 김덕룡(金德龍) 의원과 박근혜(朴槿惠) 부총재 등의 움직임이 초미의 관심사다. 이들의 움직임은 정치권 이합집산과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각제를 주장해 온 자민련 김종필 명예총재가 개헌 정국의 와중에서 어떤 자세를 취할 지도 관심거리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 경제회복…민심돌릴 국정 키워드
국민의 정부가 봉착한 민심이반이 근본적으로 경제위기에서 기인한다는 점에서 올해 국정운영의 키워드는 경제회복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4대 부문 구조조정을 2월까지 마무리 짓고 그 효과가 가시화하는 7, 8월께부터 상승국면을 이어가 5~6%의 경제성장을 달성한다는 목표.
그러나 미국경제의 경착륙 가능성, 반도체 및 국제유가의 불안정성 등 적지 않은 복병이 도사리고 있다. 정부가 위기탈출에 성공한다면 현재의 수세 국면에서 벗어나면서 내년 대선까지 상승기조를 이어 갈 토대를 마련 할 수 있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엔 레임덕이 본격화하고 국정 난맥상이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경제회복은 현 정부의 중요한 정책목표인 남북관계 진전을 이끌어가기 위한 필요조건이기도 하다.
야당도 입장정리가 쉽지 않다. 경제회복은 여당재기의 발판이 된다는 점에서 한나라당에는 불리한 정치환경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마냥 정부여당에 대한 발목잡기로 '재'를 뿌렸다간 파국의 책임을 뒤집어 쓸 수 있다. 야당이 정치와 경제를 분리, 견제와 협조를 병행하는 전략을 구사 할 개연성이 높다.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 김정일 답방…보혁대립 치달을 수도
내년 상반기로 예상되는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남한 답방은 성사여부부터가 남쪽의 정국상황과 밀접히 연결돼 있다. 남측 정국이 소용돌이를 치고 경제상황이 호전되지 않을 경우 답방 자체가 상당기간 보류될 공산이 높기 때문이다.
정가에선 답방이 성사되면 지난해 6월 남북정상회담 당시의 '김정일 쇼크'는 기대하기 어렵지만 정국에도 상당한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과정에서 발생되는 정부의 대북 지원 보따리와 북한의 태도 등 파생변수들이 정국의 불씨로 작용할 소지가 크다.
여권에선 '김정일 효과'를 국론결집의 계기로 활용하려 들 가능성이 크고, 한나라당이 보수층의 지원을 바탕으로 정부의 대북지원 등을 정치쟁점화 할 경우 정국이 급속히 보ㆍ혁 대립국면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양한 이념적 스펙트럼이 존재하는 한나라당 내부의 당론 정립과정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김 위원장의 답방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남북관계 진전으로 이어질 경우 여야의 정국 주도권 및 내년의 대선 전망 등에도 파급효과를 미칠 수 있다.
/이태희기자 taeheelee@hk.co.kr
■ 민주당 내부 갈등…대권노린 합종연횡 가열
민주당은 2002년 초 대선 후보를 경선을 통해 결정 짓는 전당대회를 치르게 된다. 대회전을 앞두고 차기주자들 간의 각축이 평화로울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대표 취임 후 'DJP 공조복원' 등을 언급하면서 행동반경을 넓히고 있는 김중권(金重權) 대표에 대한 견제가 벌써 뜨겁다.
김 대표와 함께 삼각축을 이루고 있는 한화갑(韓和甲) 최고위원과 이인제 최고위원 등이 어떤 모양으로 경쟁하고 제휴하는 지는 그대로 전당대회에서의 세력 판도로 이어진다.
한 최고위원의 동교동계 대표성 확보와 김 대표의 등장에 위축감을 느끼고 있는 이 최고위원의 반격이 어떻게 결론이 날 지는 중요한 관전포인트.
한 최고위원이 대권과 당권 중 어떤 선택을 할 지, 동교동계가 집단적인 위력을 다시 발휘할 수 있을 지도 관심사다. 권노갑(權魯甲) 전 최고위원의 재 부상 여부는 민주당 내부 역학구도에 중대한 변수가 될 수 있다.
김근태(金槿泰) 최고위원과 노무현(盧武鉉) 해양수산부장관 등 개혁주자 그룹이 펼칠 본격적인 레이스도 당 내부를 격동시킬 수 있는 한 축이다. 정동영(鄭東泳) 최고위원 등 '소장파 '가 큰 그림의 어느 쪽에 자리잡을 지도 귀추가 주목된다.
고태성기자
■ 이회창의 당 장악여부…'집권'향한 정치력 시험대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의 당 장악 여부는 집권 가능성과 직결돼 있다고 봐야한다. 종래의 개념에 비춰 보면 한나라당은 이례적으로 일사분란하고 조용한 야당이다.
자금과 계파관리 등에 한계를 지닌 이 총재가 당을 확실하게 틀어쥘 수 있었던 것은 '가장 강력한 차기주자'라는 자산 덕분이다.
선거가 없는 2001년의 한나라당은 외형상 두드러진 분란 거리가 없다. 하지만 내연(內燃)의 소지는 적지 않다. 박근혜(朴槿惠) 부총재와 김덕룡(金德龍) 의원 등 비주류는 정국현안, 당내 민주화, 개헌론에 관해 틈틈이 제 목소리 내기를 시도할 것이다.
이 총재로선 포용의 제스처를 넘어서는 정치력 발휘를 요구 받게 돼 있다.
당 지지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영남지역의 이 총재 지지도 문제도 당 장악 지속 여부와 직결돼 있다. 여권의 영남 틈새 파고들기도 마찬가지다.
대북관계 등 정책문제를 둘러싼 이념 논쟁도 당 결속을 이완시킬 개연성이 다분하다. 이 과제들이 호미가 아닌, 가래로 막을 일이 된다면 이 총재의 미래는 그만큼 불투명해진다.
/홍희곤기자 hghong@hk.co.kr
■ JP와 자민련의 선택…2與합류..당내 반발 변수
민주당 3인의 이적으로 교섭단체문제가 풀림에 따라 자민련과 김종필(金鍾泌) 명예총재의 선택도 한결 간명해졌다. 자민련은 1년 가까이 명맥만 유지했던 DJP공조 체제를 복원, 민주당과 확실한 양자공조를 구축, '2여(與)' 중 하나로 움직일 것이다.
양자공조가 지속되는 한 한나라당과 이회창 총재와는 적대적 긴장관계가 불가피하다. 특히 JP는 새해 개각에서 측근 의원들을 입각 시키는 등 지난 해보다 정치적 영역을 넓혀 갈 것으로 보인다.
여야 관계가 협조보다는 긴장과 대립으로 지속될 것이지만 DJP 및 양당공조는 오히려 긴밀해 질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3~4월로 예상되는 전당대회에서 JP가 당 총재로 복귀할 것이란 얘기도 있으나 명예총재로 남아있으면서 지금처럼 '수렴청정'할 가능성이 더 높다.
그러나 민주당 3인의 이적을 통한 교섭단체 만들기에 강창희(姜昌熙) 부총재 등 강경파가 반발한 데서도 나타났듯이 당 진로를 둘러싼 갈등은 올해도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DJP공조에도 불구, 민심이반과 함께 여권의 정권 재창출 가능성이 불투명 할 경우 친야 성향의 일부 의원들이 이탈 하는 등 당 자체가 어려움에 처할 가능성은 상존해 있다.
이동국기자 eas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