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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 / 시민의 힘으로 세상을 바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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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 / 시민의 힘으로 세상을 바꾸자

입력
2001.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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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은 새해를 '국제자원봉사자의 해(International Year of Volunteers 2001)로 선포했다. 21세기에 자원봉사자에게로 조명을 맞춘 것은 시민이 중심이 되어 인류 평화와 화합의 시대를 열자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20세기를 국가와 시장이라는 쌍두마차가 이끌어왔다면, 이제는 시민권력이 세상을 바꾸는 가장 큰 힘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10여년의 역사를 가진 우리 시민사회는 대한민국을 바꿔나갈 원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인지, 지금까지 NGO활동에 대한 성찰과 함께 새로운 지평을 열기 위한 과제를 풀어본다.(편집자 주)

입법, 사법, 행정으로 나뉘던 국가 권력 내부의 '견제와 균형' 관계가 정부, 시장, NGO 등 보다 큰 차원의 '분업과 협력' 시대로 재편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도 NGO는 정책결정과정의 핵심 참여자로 부각했을 뿐아니라, 정부활동에 대한 비판과 협력의 주체로 자리매김했다.

'시민의 역할'에 거는 기대치도 끝을 모르고 치솟고 있다. 권력을 감시하고 모든 분야의 정의를 보장하며,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역할까지 시민 스스로 맡아야하는 게 미래 세상의 모습이다.

시민단체의 행정감시 활동은 지방자치단체장의 판공비 공개 요구로 본격화된 이후 예산환수운동과 납세자 소송으로 이어지면서 정부에 대한 전방위 압력으로 확대했다.

지난해 5월에는 부산 경실련이 횡령산 산사태 복구공사 비리와 관련, 부산시 공무원들이 17억원을 낭비했다며 관련자 처벌과 예산 환수를 요구해 예산감시운동의 기치를 올렸다.

그런가 하면 하남민주연대 등은 하남국제환경박람회와 관련, 시장을 상대로 정부 보조금 지급결정 무효확인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급기야 지난해 12월에는 참여연대와 '함께하는 시민행동' 등 전국 67개 시민단체들이 '납세자 소송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입법청원했다.

납세자가 예산 낭비를 통제하고 함부로 쓴 예산을 환수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자는 것이다. 과거 금융실명제 도입과 소액주주운동으로 꽃을 피웠던 납세자 운동이 예산감시, 정보공개, 조세개혁 등 경제민주화운동으로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세기의 시민운동이 환경 복지 인권 여성 소비자보호 청소년 등에 비중을 두었다면 21세기는 사회개혁과 생명운동, 공동체 회복운동 등이 거세질 전망이다. 특히 지난해 4ㆍ13총선에서 보여준 총선시민연대의 활동은 폐쇄적이었던 한국 정치과정에 NGO가 뚜렷한 주체로 진입했음을 입증했다.

환경문제는 새해에도 NGO의 주요 이슈다. 동강댐 건설계획 취소라는 쾌거를 거둔 환경단체들은 미군 환경범죄 고발과 새만금 간척사업 반대, 국토 난개발, 경인운하 건설의 환경훼손 등에 한껏 목소리를 높였다.

미8군 용산기지의 독극물 한강 무단방류 사건은 우리나라 환경행정의 사각지대였던 주한미군기지의 환경문제를 국내외에 크게 부각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일부 환경단체가 중심이 되었던 새만금 간척사업 논란은 급기야 농민ㆍ노동계는 물론 종교계까지 가세하면서 범국민적인 저항에 직면하게 되었다.

NGO간의 네트워크 형성 붐은 새해 벽두에 전국의 시민단체를 망라한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발족하면서 절정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판공비 공개운동 전국네트워크', '지리산살리기 국민행동' 등 특정사업에 조준경을 맞추는 연대가 활발해지면서 영향력도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인터넷의 급속한 보급으로 '결사체의 혁명시대'를 맞으면서 NGO 수는 급증할 것이 확실하다. 전자시민운동은 국정운영이나 사회문제에 대한 참여의 문을 활짝 열어 놓았다.

서울대 박동서(朴東緖) 명예교수는 "우리사회에서 이해당사자간의 갈등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으나 국회나 정부의 조정능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각 분야별로 전문성을 갖춘 시민단체들의 조정자로서의 역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국시민단체협의회 서경석(徐京錫) 사무총장은 "과거에는 정부가 앞장서서 국가를 경영했지만 21세기는 정부, 기업, 시민사회가 파트너가 되어 공동 경영해야만 국가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정화기자

jeong2@hk.co.kr

■시민운동가 양성 '붐'

"우리 시민운동 역사가 10여년이 됐지만 학문적 연구나 인적자원 개발 노력은 턱없이 뒤쳐져 있습니다."(한국NGO학회 공동대표 강철규ㆍ 姜哲圭 서울시립대 교수)

시민운동의 지속적 발전을 뒷받침할 하부구조의 구축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우리 NGO의 경우 '운동성' 이 지나치게 강조된 나머지 '인프라'에 대한 생각이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문적인 자원봉사관리 교육이나 활동가 재교육을 위한 프로그램이 마련된 것은 1999년 성공회대가 대학원 석사과정으로 시민사회단체학과를 개설하면서 부터다.

뒤이어 경희대가 NGO대학원을 설립했고, 대구대가 관련 커리큘럼을 개설했다. 앞으로도 부산대와 경남대가 NGO 대학원을 설립하기로 하는 등 가속도가 붙고 있다.

성공회대 조희연교수는 "질 높은 시민운동가를 양성하는 일이 21세기의 성패를 가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면서 "전문 시민운동가를 위한 재교육 뿐아니라 일반학생들에 대해서도 NGO실무를 학점으로 인정해 사회리더로서의 기본 소양을 닦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 국책연구기관(KDI 국제정책대학원)이나 공익재단(세민재단의 '활동가들의 국제화 교육') 등도 시민운동가 재교육과정을 마련했다.

인력 충원 문제를 놓고 고민해온 NGO들도 인터넷 시민학교(함께하는 시민행동) 참여사회아카데미(참여연대) 등을 개설, 시민의 참여를 통해 자체적인 인적기반 확대를 꾀하고 있다.

한국시민단체연합 서경석(徐京錫) 사무총장은 "시민운동가를 교육ㆍ훈련시키고 그들의 자질을 향상시키는 것은 NGO뿐만 아니라 우리사회의 발전을 위해 시급한 과제"라면서 "우수한 인력공급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확충하는 것이 새 세기 시민사회의 화두"라고 말했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기고 / 유석춘

한국 사회에서 서구의 '시민사회론'이 관심을 끌고 있는 이유는 권력이나 자본의 논리와는 다른 새로운 사회구성의 원리를 찾고자하는 관심 때문이다.

시민사회의 성숙을 자생적이고 자율적인 시민단체의 출현과 이에 대한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라는 서구적 기준에서 보면, 한국의 시민사회는 분명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여전히 침체된 상태에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유효하게 작동하고 있는 공동체적 가치의 차원에서 한국 사회를 보면 다른 어느 사회보다 오히려 상부상조하는 공동체의식이 강력한 사회가 한국사회이기도 하다.

한국 시민사회의 구조적 취약성을 만들어 내는 역사적 배경을 밝히는 작업은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시급한 일은 그러한 특수성의 근원에 자리잡고 있는 한국사회의 문화적ㆍ제도적 코드를 밝히고, 그것을 시민운동의 활성화에 접목시키는 작업이다.

지금까지 한국 시민사회의 문화적 기초가 무엇인가에 대한 대부분의 논의는 시민사회 내의 특정한 가치체계나 생활양식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규범적인 판단의 영역에 머물러 왔다. 그리고 그 판단의 기준은 역시 서구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시각을 달리해서 보면, 서구인들의 적극적인 자원봉사활동이나 기부와 같은 시민문화는 한국의 전통문화에서도 얼마든지 기능적 등가물을 찾아 낼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상부상조의 관행이다.

상호부조는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한국 사람들의 사회레??岵~ 의식과 생활양식 속에 깊숙이 뿌리 내리고 있다.

그리고 이 관행은 사람들의 결속을 더욱 공고히 해주는 사회적 통합의 계기를 마련해 준다. 이러한 문화적 배경 때문에 한국인들이 지금도 각종 경조사에 엄청난 시간과 돈을 투자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사실을 인정한다면 자원봉사활동이나 시민단체에 대한 기부를 기준으로 시민사회의 문화적 토양이 한국은 척박하다고 단정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다.

그러므로 한국 사회의 전통윤리가 가지고 있는 공동체 지향적인 성격을 발견하고, 이것의 긍정적인 측면을 시민사회의 활성화에 접목시키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시민단체의 자원동원 과정에서 이러한 연고의 중요성은 이미 알게 모르게 활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연세대 유석춘(柳錫春)교수

■NGO단체들의 고민

'낙천ㆍ낙선운동(총선연대), 소액주주운동(참여연대), 동강댐 건설 백지화 운동(환경운동연합 등).'

지난해 시민단체들의 활동은 언론에 이은 '제5부'라는 별칭에 걸맞게 화려했고, 성과도 컸던 것이 사실. 그러나 이같은 외화(外華)의 그늘에서는 급작스런 양(量)적 성장을 미처 따르지 못한 내빈(內貧)이 노정돼 시민단체들 마다 안팎의 거센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시민운동, 시민 자발적 참여만이 '살길'

'낙천ㆍ낙선운동(총선연대), 소액주주운동(참여연대), 동강댐 건설 백지화 운동(환경운동연합 등).'

지난해 시민단체들의 활동은 언론에 이은 '제5부'라는 별칭에 걸맞게 화려했고, 성과도 컸던 것이 사실. 그러나 이같은 외화(外華)의 그늘에서는 급작스런 양(量)적 성장을 미처 따르지 못한 내빈(內貧)이 노정돼 시민단체들 마다 안팎의 거센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고질적 문제들

1997년 '경실련식 시민운동 파산' 논란을 통해 거론되기 시작한 ▦시민 없는 시민운동 ▦백화점식 운동 ▦열악한 재정구조 ▦명망가 중심 ▦군소 시민단체의 주변화 등 문제점은 여전히 현재진형형이다.

이 중에서도 비판의 중심은 '시민 없는 시민운동론'. 참여연대 김기식(金起植) 정책실장은 "시민의 참여 문제야말로 다른 모든 문제들의 근본 원인"이라고 단정지었다.

연세대 유석춘(柳錫春ㆍ사회학과) 교수는 "시민참여를 끌어내지 못하면 부실한 재정, 명망가 중심, 불안정한 여론에 좌우되는 운동방향 등 '목적전치'의 악순환이 계속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열악한 재정상황은 당장 시민단체의 목줄을 조이고 있다. 28개 시민단체가 입주, 'NGO의 메카'로 불리던 서울 종로구 기독교연합회관에서는 올 겨울 임대료 인상을 견디지 못한 시민단체의 '엑소더스'가 빚어졌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기부금품모집법으로 인해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활동비를 모금할 수도 없다"며 "독립성과 신뢰성 훼손을 감수하고 외부 프로젝트에 손을 벌이는 경우도 많다"고 우려했다.

'백화점식ㆍ선단식 운영'경향은 명망가 중심주의와 맞물려 '등(等) 단체'라고 자조하는 군소 시민단체들을 주변으로 내몰았다.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유행을 쫓아 운동본부를 만들거나 내부 전문가 배려용 위원회를 급조하는 행태부터 사라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시민운동가의 정계진출, 성추문 등으로 불거진 도덕성 위기에 대해 정수복(鄭壽福) 사회운동연구소장은 "스스로를 비판과 성찰의 대상으로 삼는 태도에 더해,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제하는 자율적 감시장치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새로운 위기와 도전

총선연대 구성에서부터 삐걱거리기 시작, 신자유주의ㆍ세계화 논의에서 그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난 기존 운동권과의 새로운 관계 정립도 필요하다.

손낙구(孫洛龜) 민주노총 교육선전실장은 "'영양가 있고 건드리기 쉬운 문제'만을 제기하고 '낮은 곳에 임하지 않는' 시민단체가 늘고 있다"며 "비록 대변 계층과 지향점 등이 다르지만 연대의 필요성 역시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해 급격히 활발해진 연대활동은 오히려 시민단체의 동질화에 대한 회의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함께하는 시민행동 하승창 사무총장은 "총선연대나 의약분업과 관련된 활동에서 내부의 이견이 제대로 조직되거나 표출되지 못했다. 사회적으로 커다란 현안이라 해서 시민단체의 목소리가 하나여야 한다는 획일주의적 풍토가 조성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약분업이나 구조조정 등 정부ㆍ이익집단, 이익집단 간의 첨예한 갈등에서는 시민운동 진영이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평가나, 시민운동이 자발적 참여자들을 창출해내지 못한 사이 등장한 전혀 새로운 방식의 사이버 운동 역시 새 세기에 시민단체가 직면한 새로운 도전이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서울 영남중 손동빈교사 인터뷰

"청소년들이 자신이 살아가는 삶의 조건을 고민하면서 스스로 가꾸어나가는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서울 영남중학교 손동빈(孫銅彬ㆍ35ㆍ사진) 교사는 '학교 NGO 활동 교육의 개척자'로 불린다. 지난해 3월 대영중학교에 재직하면서 처음으로 'NGO 탐방반'을 만들었고, 올해 영남중학교로 옮긴 뒤에도 같은 활동을 펼치고 있다.

손 교사의 지도를 받는 청소년들은 NGO와 관련한 특별활동 수업에 참여하면서 일찍부터 시민으로서의 문제의식과 행동력을 갖추어 나가고 있다.

손 교사는 "처음 NGO 탐방반을 만들었을 때 3명만이 지원했고, 학생들은 물론 선생님 들까지 도대체 NGO가 뭔지 잘 모르고 있었다"면서 "2년이 지난 지금은 두 학교에서 100여명이 활동중"이라고 대견해 했다.

손 교사의 NGO 탐방반은 그동안 ▦다국적기업 현지 노동자의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지구촌 좋은 이웃 되기 캠페인'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해 시민운동협의회와 함께 벌인 '우유병 되살리기 캠페인' ▦ 불평등한 SOFA 협정 개선운동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그는 "신세대 학생들이 사회문제에 관심이 없으리라는 생각이야 말로 가장 잘못된 어른들의 편견"이라고 말한다. '우유병 되살리기 캠페인' 때는 시민단체가 한달간 100여명의 서명을 받은 데 그친 반면 학생들은 불과 1시간만에 300명의 서명을 받아내는 등 훨씬 적극적이라는 것이다.

국제민주연대 인권위원장이기도 한 손 교사는 "이제 학생들 스스로가 학생회를 견제하는 비학생회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할 정도로 의식이 높아졌다"면서 "전국사회교사 모임 등에서 깊은 관심과 동참 의사를 밝힌 교사들이 늘고 있어 앞으로 교실에서의 NGO활동 교육은 크게 확산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장래준기자

ra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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