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끝이 너무 처참하네요. 도대체 왜 파업을 했는지 원망스럽습니다." 1주일간의 파업을 끝내고 29일 영업현장에 복귀한 국민은행 한 직원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파업은 끝났고 국민 주택 두 은행은 언제 그랬냐는 듯 완전 정상화했다. 하지만 이번 파업으로 은행과 정부, 그리고 노조측이 입은 상처는 예상보다 훨씬 더 컸다.
은행의 대고객 이미지는 크게 실추됐고 정부는 다시 한번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노조원 역시 고용안정과 충분한 명예퇴직금 지급이라는 선언적인 조항 외에는 별반 얻은 것이 없어 보인다.
누구도 승자가 되지 못한 이번 파업의 가장 큰 피해자는 고객이었다. 파업이 진행된 1주일동안 부도를 면하기 위해 진땀을 흘려야 했던 중소기업 사장이 허다했고, 개인 고객들도 급전을 찾지 못해 발만 동동 굴려야 했다.
합병 등 경영권과 관련된 사안은 노동쟁의의 대상이 아닌 만큼 파업 자체가 잘못됐다는 지극히 원론적인 지적은 제쳐두자. 누군들 당장 거리에 내몰릴 위기에서 반발하지 않았겠는가.
정말 아쉬운 것은 파업 지도부다. 노조원들이 감정에 북받쳐 있는 상황에서도 지도부는 이성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 쟁취할 목표도 뚜렷이 정해놓지 않은 채 상황논리에 치우쳐 행동한다면 결국 그 피해는 노조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그럴리는 없겠지만 만약 지도부가 파업을 통해 합병 철회가 가능하다고 정말로 믿었다면 '판단 실패'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지 않을까. 더 이상 아무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 무모한 파업이 재발하지 않길 기대한다.
이영태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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