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살아난 경의선의 첫 완주자는 연극이다. 극단 아리랑의 상상력은 거침 없다. 신년 벽두 개막되는 신작 '여행을 떠나요'에 겨레의 소망을 담고 한라에서 백두까지 시원스레 관류한다.통일이다. 우리 갑남을녀가 조국의 대동맥을 타고 기동전을 펼친다. 경의선상의 네 역에서 명랑 만화처럼 펼쳐지는 가상 통일 드라마다.
백두산 자락에 사는 청년 희수가 제주 관광 가이드로 나선다. 제주와 한반도를 잇는 해저 터널을 타고 한라까지 간다(제주역). 몽룡과 춘향은 통일 이후 정국을 틈타 한몫 챙기려는 일당과 맞선다.
다시 분단을 꾀하는 중국의 무기 밀매상을 현장에서 덮쳐, 정체를 천하에 알린다. 둘은 통일 정부의 첩보원이었다(남원역).
대동강 부벽루에서는 수일과 중배는 통일 이후 대동강 개발권을 놓고 암투가 한창이다.
그러나 고향을 지켜 달라는 순애의 호소에, 둘은 통일 틈새로 덕을 보려는 욕심을 접는다. 통일 이후 새로이 전개될 개발론과 환경론의 대립이다(평양역). 6ㆍ25가 만든 이산 가족들이 다시 만나 못 다한 사랑을 나누며 통일 열차는 여정을 접는다(약산역).
소외 계층에게 보내는 시선이 한파를 녹인다. 노숙자, 꽃제비, 만주 진출을 꿈꾸는 뒷골목 조직 목포파 등 통일 논의에서 밀려나 있던 자들의 목소리까지 담아 낸다.
옴니버스 스타일에 다양한 음악 형식이 속도감을 더한다. 남북 민요를 편곡해 만든 아카펠라, 전통 장단에서 따온 강렬한 비트 등의 음악적 장치는 젊은 관객층을 손짓한다. 고동업 작ㆍ연출, 조은영 정진오 등 출연.
2001년 1월 1~3월 4일 소극장 아리랑. 화~목 오후 7시 30분, 금 오후 4시ㆍ7시, 토ㆍ일 오후 3시ㆍ6시.
장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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