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현대 LG SK 4대 재벌 상장 계열사 38개 중 25곳의 부채비율이 지난해 말보다 높아져 차입경영에 대한 경각심이 여전히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이는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후 정부가 추진했던 '부채비율 200% 미만 준수'가 개별 계열사가 아니라 재벌 그룹별로 이뤄진데 따른 것이어서 부채기준의 보완이 요구되고 있다.
27일 재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증권거래소 상장기업을 기준으로 현대는 8개 계열사 모두 부채비율이 지난 해보다 높아졌다. 특히 현대건설은 지난해 말 299.4%에서 최근 364.8%로, 현대상선은 181.5%에서 313.2%로 올라갔다.
SK도 8개 상장 계열사 중 SK케미칼(175.7%→235.9%) SK가스(163.5%→259.2%) 등 5개사의 부채비율이 늘어났다. 특히 SK글로벌(구 SK상사)은 107.7%에서 253.6%로 급증했다.
LG도 10개사 중 8개사의 부채비율이 늘어났다. 데이콤과 극동도시가스 정도가 예외다.
삼성은 12개 상장 계열사 중 4개사만 부채비율이 증가했다.
부채비율이 200% 이상인 계열사도 현대 2곳, 삼성 3곳, LG 7곳, SK 4곳에 달했다.
하지만 대기업들은 부채비율 증가나 '부채비율 200% 미만 준수'에 별로 신경쓰고 있지 않다.
A그룹 관계자는 "부채비율이 갖는 의미가 없기 때문에 그룹 차원에서도 별다른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 그룹의 주채권 은행인 H은행 관계자도 "계열사별 부채비율은 관심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위원회 신용감독국 관계자는 "지난해 말까지는 금감위가 재벌의 부채비율 200% 미만 준수여부를 챙겼으나, 올해부터는 채권은행이 해당 그룹과 알아서 점검하는 자율협약 체제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정부와 채권단은 실효성도 없는 그룹 차원의 부채비율만 점검하고 있으나 정작 투자자와 주주에게 중요한 것은 개별 기업의 부채비율"이라며 "금융당국의 어정쩡한 자세가 차입경영의 위험성에 대한 대기업의 경각심을 흐려놓고 있다"고 말했다.
윤순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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