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이목만 없다면 버리고 싶다" 한 외국 작가가 했다는 말인데 많은 사람들은 이 말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 가족에 대해 그런 말을?"브렛 래트너 감독의 '패밀리 맨(The Family Man)'은 바로 이런 보통 사람들의 정서에 호소하려는 가족영화이다. 13년 전 공항에서 남녀가 이별을 한다.
"공항에선 누구나 혼란스러운거야" 런던 증권사에서 인턴생활을 위해 떠나는 잭 켐벨(니콜라스 케이지)을 붙잡는 케이트 레놀즈(티아 레오니). 13년 후 남자는 '자본주의의 우상'인 M&A기업체 사장이 되었다. "아무 것도 바랄게 없는" 인생이다.
그러나 '캐쉬'(돈 치들) 앞에서 이렇게 말한 것은 실수였다. 가짜 복권을 들고 나타난 흑인은 그의 요술처럼 그의 인생의 시계를 되돌려 놓는다.
다음날 아침, 그는 두 아이의 아버지이자 케이트의 남편으로 잠을 깬다. 그에겐 악몽 같은 시간이다. 아이 기저귀를 가는 것도, 낡은 점퍼 따위를 입고 크리스마스 파티에 가는 것도 그가 할 일이 아닌 것이다.
이 모든 것은 그에게 가정의 소중함을 알게 하기 위한 '천사'의 배려였다. 그러나 '가족애' 라는 것이 반드시 그런 것이어야 할까.
천신만고 끝에 잭은 원래 자신의 회사에 임원으로 발탁되지만 아내는 말한다.
"뉴저지에서 뉴욕까지 하루에 세시간씩 운전하고 대체 애는 언제 보죠?"
아이와 잘 놀아주고, 아내 일을 잘 돕는 '착한 남편'은 '행복한 가정'의 구성 요소이다.
그러나 자기 성취의 기회를 버리고 누추한 삶을 굳이 지속하는 것이 "진짜 행복"이라고 강요하는 영화 속 논리는 수긍하기 힘들다.
영화는 '보통 사람'에게 늘 그 자리에 붙어있으리라고 강요한다. 1등석 승객의 얄미운 소리같다. 마치 "내 자리 간격이 넓어 너무 쓸쓸해요. 당신은 17시간 동안이나 가족과 꼭 붙어 앉아있으니 얼마나 행복한가요?"
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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