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위암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용인에 있는 선산에 분묘를 쓰지 않고 평소 유언대로 화장을 치른 고(故) 김종운(金鍾云ㆍ1920~2000ㆍ사진) 전 서울대총장이 28일 생활개혁실천범국민협의회(이하 생개협ㆍ의장 이세중ㆍ李世中)가 선정한 '올해의 본보기상' 수상자로 추증됐다.생개협은 가정의례개선을 통한 생활개혁운동을 펴는 전국 36개 시민단체모임으로 이날 혼례부문 본보기로 송 복(宋 復)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를, 장례부문 본보기로 고(故) 윤정식 여사를, 단체부문 본보기로 광양제철초등학교를 더 선정했다.
김 전 총장은 서울대 총장 재직시절인 1990년 초 장남과 장녀의 혼사시에도 외부에 전혀 알리지 않고 양가 가족 100여명만이 참석한 가운데 총장공관에서 조촐하게 치렀으며, 투병중이던 지난해에도 막내아들의 혼사를 검소하게 치렀다고 생개협은 선정이유를 설명했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임정빈 한양대 교수는 "사회지도층 인사의 도덕성이 점점 희박해져가는 요즘, 김 전 총장은 마지막 가는 길까지 검소한 생활원칙을 지켜 이 시대 지도자들이 모두 보고 배워야 할 분"이라고 평했다.
또 송 교수는 지난 달에 막내딸 혼사를 동네이웃 20여명과 친지 40여명만 모신 채 치른 것을 비롯, 1994년과 1997년에도 두 아들의 혼례를 소박하게 치렀다.
또 양로원과 보육원 사업에 헌신했던 윤 여사는 화장 후 유골을 평생 가꾸어 온 서울 중랑구 신내동 유린원광종합사회복지관에 안치토록, 유언해 후손들이 그를 지켰다. 단체부문 본보기로 선정된 광양제철초등학교는 지난해 학교에 장묘문화교육연구팀을 구성, 홍보용 교재를 발간했다.
생개협 이세중(李世中) 의장은 "경제가 어려워져 보통 사람들이 빈부격차를 심하게 느끼고 있어, 우리 사회의 허례허식을 타파하는 일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며 "혼례나 장례에서 거품을 걷어내는 것이 위화감을 없애는 데 첩경"이라고 덧붙였다.
시상식은 내달 중 열리며 수상자와 유족에게는 상패가 수여된다.
김기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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