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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세상] 홀은 넓고 길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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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세상] 홀은 넓고 길은 많다

입력
2000.1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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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긴 퍼팅보다 짧은 퍼팅이 쉽다고 생각한다. 긴 거리에서의 퍼팅은 넣을 생각보다는 가능한 한 홀 부근에 붙여 3 퍼트를 피하자는 소극적인 자세로 임하기 일쑤다.스코어를 줄이고 골프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이려면 바로 이 '긴 퍼팅은 어렵다'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골프는 궁극적으로 드라이버샷이나 롱아이언 같은 긴 것보다는 어프로치나 퍼팅 같은 짧은 것에서 승부가 난다. 그 중에서도 골프의 압권은 바로 그린 위에서의 퍼팅이다.

볼의 지름은 43㎜(1.68인치), 홀컵의 지름은 108㎜(4.25인치)이다. 홀컵의 지름이 볼의 지름보다 2.5배 이상 크다. 길만 제대로 찾으면 홀 안으로 볼을 집어넣는 게 생각처럼 까다로운 것만은 아니다. 길을 찾아내지 못하기 때문에 홀은 좁아 보이고 안 들어갈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이다.

볼이 홀에서 멀리 있든 가까이 있든, 볼이 홀에 이르는 길은 반드시 있다. 그것도 한 길만이 아닌 많은 길이. 볼을 때리는 강도나 타법에 따라 여러 가지 길이 있을 수 있다.

자신의 타법에 맞는 길을 찾아내기만 하면 긴 퍼팅이라도 얼마든지 홀인 시킬 수 있다. 이 길을 찾지 못하면 아무리 짧은 퍼팅이라도 실패할 수 있다.

골프애호가들은 종종 골프를 인생에 비유하고 특히 그린을 인생의 축도로 본다. 이런 비유는 바로 홀에 이르는 길을 찾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홀에 이르는 길을 찾는 것 자체가 바로 인생이다. 정확한 거리, 경사도와 좌우의 기운 정도, 잔디결의 상태와 잔디 길이, 수분함량 정도, 중간의 둔덕이나 장애물 여부, 심지어 바람의 세기까지 감안해 길을 찾아야 하는데 이때 독단적인 판단은 금물이다.

볼이 놓인 위치에서만 길을 찾는 것이 아니라 홀 전후좌우를 충분히 파악한 뒤 동료의 퍼팅과 캐디의 조언 등을 참고해야 한다.

길을 찾아냈다고 판단되면 망설이지 말고 과감한 스트로크를 하는 결단력이 필요하다. 물론 이때 마음의 상태는 거의 무(無)에 가까워야 한다.

정확한 길을 찾으면 긴 퍼팅도 기분좋게 성공시킬 수 있는가 하면 엉뚱한 길을 찾으면 좋은 위치에서도 여러 번의 퍼팅을 해야 한다. 대강대강 하는 자세로는 결코 홀인을 기대할 수 없다.

길을 제대로 못 찾아 헤매는 것이나, 올바른 길을 찾아놓고도 결단력이 없어 실패하는 것, 한참 헤매다가도 마지막 순간에 길을 찾아내 최후의 미소를 짓는 것 등이 인생과 너무 닮지 않았는가.

숲으로 가는 오솔길은 얼마든지 있다.(영국 속담)

/편집국 부국장=방민준 mjb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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