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정부가 발표한 회사채 시장안정 대책(신속인수제도)으로 가장 먼저 한숨을 돌리게 된 곳은 현대건설이다. 내년 2조원의 회사채 만기가 집중되어있는 현대건설은 정부와 채권단의 동의만 받으면 80%에 해당하는 1조6,000억원의 채권상환을 1년이상 유예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 셈이다.▲회사채 얼마나 돌아오나
내년 중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는 65조4,000억원으로 사상 최대규모다. 환란 직후였던 1998년 기업들이 자금조달을 위해 회사채를 마구 발행했고, 그 만기가 내년으로 한꺼번에 몰리게 된 것이다.
그러나 65조4,000억원 가운데 법정관리ㆍ화의ㆍ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기업분 17조6,000억원은 이미 채무조정계획이 짜여져 있고, A등급 이상 우량기업 회사채 22조8,000억원은 자체신용으로 차환 발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실제 비상이 걸린 회사채는 25조원 규모다.
지금 같은 회사채 시장의 전면마비 상태가 내년까지 지속된다면, 회생가능기업 조차 차환실패로 줄도산하는 사태를 피하기 어럽다.
▲신속인수제도
정부는 채권시장 돌파의 총대를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지도록 했다.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면 기업은 80% 금액 만큼 사모(私募)사채를 발행, 산은이 인수(신속인수)하면 그 대금으로 회사채를 상환하는 것이다.
산은은 인수채권의 70%는 채권담보부증권(프라이머리 CBO)이나 대출채권 담보부증권(CLO)으로 편입시켜 채권형 편드 등에 매각하고, 20%는 해당기업 채권은행에 인수시키며, 10%만 자기가 보유함으로써 위험을 분산하게 된다.
A등급에 못 미치는 기업은 대기업이라도 일단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현대건설도 회사채 만기 구제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재경부 이종구(李鍾九) 금융정책국장은 그러나 "무조건 만기도래분을 연장해주는 것이 아니라 20%는 기업이 스스로 상환토록 했다"며 "20%조차 자력상환능력 갖추지 못한 기업은 퇴출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효성 있을까
만기도래 회사채 25조원 가운데 5조원은 기업이 자체상환해야하고, 산은은 20조원을 인수하게 된다. 1:2:7 배분비율에 따라 산은은 2조원, 거래은행이 4조원, CBOㆍCLO가 14조원을 떠안아야 한다.
회사채 만기연장대책의 성패는 결국 CBOㆍCLO의 인수여력에 달려있어, CBOㆍCLO의 획기적 확충 및 이를 위한 신용보증여력의 대폭적 증액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근본적으로는 정부 구상처럼 산은이나 거래은행들이 사모사채 인수에 순순히 응할 지는 미지수이며, '발표 따로, 창구 따로'의 현상이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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