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이 있는 해에는 으레 스타가 탄생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여자사격의 강초현(18ㆍ대전유성여고) 만큼 신드롬까지 일으킨 경우는 없었다.더구나 금메달지상주의가 판치는 국내풍토에서 은메달에 그치고도 그 같은 인기를 얻었다는 것은 경이적이다. 초롱이 강초현 때문에 기적을 일궜다고 평가받는 김영호(펜싱)와 2체급 석권의 심권호(레슬링) 등이 조용히 파묻혀 버렸다.
강초현은 '스타는 만들어진다'는 속설을 입증했다. 실력이 있다고 해서 모두 스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실력+알파가 있어야 한다. 그것은 외모일 수 있고 말솜씨나 성장배경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강초현은 깜찍하게도 이 모든 것을 갖췄다.
첫 금메달에 관심이 집중된 9월16일, 귀엽고 예쁜 소녀 강초현은 본선서 2위에 무려 2점이나 앞선 채 결선을 맞이했다. 본선에서 2점의 점수차는 사실상 뒤집기가 어렵다. 하지만 경험부족을 극복치 못하고 결선 10발중 9발째에서 낸시 존슨(미국)에 동점을 허용한뒤 메달색깔이 걸린 마지막 한발에서 0.2점이 뒤져 은메달에 그치고 말았다.
마지막 한발에서 실수한 사실을 깨닫고 안타까움에 울던 그의 모습은 국민 모두를 안타깝게 했다. 그러나 시상식에선 언제 그랬냐는 듯 환한 표정으로 손을 흔드는 대견한 모습을 보여 박수갈채를 받았다. 더구나 홀어머니와 어렵게 살면서도 구김살 없이 큰 성장배경이 알려지면서 결국 '초롱이 신드롬'을 낳게 했다.
하지만 이같은 스타만들기의 부작용도 속출했다. TV, 잡지 등 매체마다 강초현을 잡기 위해 소동을 벌였고 대학들도 스카우트 경쟁을 벌였다.
지각있는 사람들은 나이어린 선수를 잔인할 정도로 휘잡아 돌리는 현실을 개탄했고 강초현 본인도 부산전국체전에서 결선 꼴찌를 기록하고 "제발 저좀 놔주세요"하고 울먹이기까지 했다. 그러던 강초현이 최근 충남대와 갤러리아백화점 입단으로 방향을 정하면서 점차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목표는 당연히 2004년 아테네올림픽 금메달이다. 강초현은 "한번 띄우고 금새 잊어버리는 대중의 속성을 잘 알고 있다. 금방 잊혀지는 선수가 안되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할 정도로 성숙해졌다.
이범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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