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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사외이사 모시기'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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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사외이사 모시기' 고민

입력
2000.1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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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이사를 모셔라."대기업들의 사외이사 비중이 내년부터 크게 늘어남에 따라 해당 업체마다 실무와 전문성을 겸비한 인사 찾기에 비상이 걸렸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증권거래법 개정으로 내년부터 자산규모 2조원 이상 상장기업은 사외이사 비율을 50%이상으로 확대해야 하고, 모든 종금사와 증권ㆍ보험ㆍ투신운용사 등도 이사회의 절반을 사외이사로 채워야 한다.

이 때문에 자산 2조원 이상 상장기업 90개사 중 현대자동차와 SK㈜ 등 이미 올해 사외이사 비율을 50% 이상으로 맞춘 기업을 제외한 대부분 기업들은 내년 초 사외이사를 추가로 임명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줄잡아 300여명 이상의 사외이사 신규 수요가 생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 업무영역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을 갖추고 경영자문과 감시, 나아가 로비까지 해줄 수 있는 적격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

특히 정부 산하 위원회의 위원직을 겸직한 사외이사들에 대한 자격문제 논란과 사외이사의 주식보유 파문 등으로 '입맛'에 맞는 인사 고르기가 어려워진 상황이어서 기업들의 속을 태우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20명의 등기이사 중 사외이사는 6명으로 30%에 머물고 있어 현재 상태라면 내년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를 4명 더 늘려야 하지만 적임자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에 따라 사외이사는 그대로 두고 전체 이사 수를 줄여 사외이사 비율을 50%로 맞추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삼성SDI 등 다른 삼성 계열사 인사팀도 최근 회의를 갖고 사외이사 확보방안을 논의했다.

12명의 이사 중 사외이사는 4명 뿐인 LG전자도 사외이사 비율을 크게 높여야 할 처지다. 특히 LG전자는 LG정보통신과의 합병으로 이사 수가 전보다 늘어난 점을 감안, 이사 수 자체를 줄이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현재 3명의 사외이사를 보유하고 있는 LG화학은 내년에 화학, 생활건강 등 3개 회사로 분할할 계획이어서 회사별로 2,3명의 사외이사를 추가 확보해야 할 상황이다.

현재 상장사협의회나 상공회의소 전경련 경총 등 경제단체들이 인력뱅크와 사외이사 양성과정 등을 만들어 사외이사 희망자들을 배출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업들은 오너나 최고경영자가 친분이 있는 사람이나 자사에 우호적인 인물을 찾고 있어 사외이사가 확대되더라도 제기능을 발휘할지 의문시된다는 지적도 높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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