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정말 내 아들이란 말이냐." "네, 어머니, 저 화석이에요."지난 16일 경기 성남 남부경찰서 민원실에서 우복성(73)할머니가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헤어졌던 아들 박화석(58)씨를 껴안고 통곡을 터뜨렸다.
황해 은율군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두 딸(당시 6ㆍ4세)을 병으로 먼저 보낸 뒤 서울 영등포에서 폭격 와중에 잃어버린 아들(당시 8세)이었다.
지난달 1일 서울 도봉경찰서에서도 이산가족의 재회가 있었다. 가난 때문에 함께 집을 나왔던 작은 누이와 서울역에서 헤어진 뒤 생사조차 모른 채 47년 세월을 눈물로 지샜던 동생 김복동(61)씨가 누이를 비롯한 가족들과 다시 만난 것.
전쟁으로 인한 남북이산가족들의 만남이 올 하반기 온 국민의 심금을 울렸지만, 전쟁 뿐 아니라 생활고와 각종 사고 등으로 인한 이산도 많다.
이들의 재회를 돕기 위해 경찰청이 지난 8월21일부터 전국 229개 경찰서와 2,912개 파출소 조직을 이용해 벌여온 '헤어진 가족 찾아주기 운동'이 24일로 1,000건을 넘어섰다.
경찰은 자체 전산망과 '헤어진 가족 찾아주기 전산프로그램'을 마련, 찾으려는 가족들의 기본 인적사항과 헤어진 가족의 신체적 특징 등을 입력함으로써 가족의 생사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지금까지 6,738건의 신청서를 접수, 부부간 상봉 19건을 비롯해 부모렝楣析~ 319건, 형제자매간 304건 등의 성과를 이뤘다.
이름 하나만으로도 헤어진 가족을 찾은 경우도 있었다. 1968년 당시 7살 때 동생과 함께 목포 외가에 갔다가 미아가 됐던 전모(42)씨가 10월24일 전남 화순경찰서를 찾았을 때 기억하고 있던 것은 동생의 이름 뿐.
전산망 조회결과 동명이인이 전국적으로 27명이나 됐지만 경찰은 끈질기게 호적들을 역추적, 28일만에 전씨의 가족들을 찾아냈다.
60년 전에 출가한 언니의 생사를 몰라 애태우던 70대 재중 동포 할머니가 일선 파출서의 도움으로 언니를 만나기도 했고, 55년 전 미아가 된 뒤 부산에서 어느 가족의 양녀로 살아온 60대 할머니의 어릴 적 마을이 경북 예천군 매화골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헤어진 오빠를 만나기도 했다.
우 할머니의 신청을 받아 아들 상봉을 주선했던 박현옥(朴玄玉ㆍ30ㆍ여) 경장은 "아드님을 찾는 과정이 쉽진 않았지만 할머니의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며 민중의 지팡이로서의 역할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에 너무 가슴뿌듯했다"고 말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아무리 작은 단서 하나만 있어도 끝까지 추적, 혈육상봉의 기쁨을 맛보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양정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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