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단의 완봉승으로 끝날 것 같았던 프로야구 선수협 문제가 구단의 무리수로 다시 한번 국면의 전환을 맞이하고 있다. 비선수협 선수는 물론 팬들과 여론의 반발과 비판에 예봉이 꺾인 구단 측은 뒤늦게 사단법인화 포기를 전제로 선수협 공식 인정과 방출 철회라는 카드를 내밀고 화해를 요청하고 있지만 역전을 눈앞에 둔 선수협의 기세는 쉽게 꺾일 것 같지가 않다.선수협 문제의 뿌리는 우리나라 프로야구의 비정상적인 태동과 그에 따른 구조적 모순의 축적에서 찾을 수 있다. 군사정권의 정치적 산물이라는 탄생배경을 갖고 있는 우리나라의 프로야구는 출범당시부터 철저하게 경제논리를 배제한 채 정치논리에 지배돼 왔다. 그 과정에서 구단은 구단대로, 선수는 선수대로 각자의 권익을 적절히 행사하지 못한 채 20여년이 흘러 모순이 깊어질 대로 깊어졌다고 봐야 한다.
또 우리 스포츠는 구단주와 스폰서가 분리된 외국과 달리, 기업이 구단주와 스폰서를 병행하는 기형적 형태를 갖고 있다. 따라서 스폰서의 재산 보호와 사회적 잡음 무마를 책임지고 있는 구단과 한국야구위원회(KBO), 일방적인 희생과 불이익을 강요당해 온 선수간의 갈등 및 대립은 당연한 귀결이다.
선수를 공존과 호혜의 대상으로 여기지 않고 구단주의 권위와 이익에 도전하는 불순집단이나 저항세력으로 여기는 구단과 KBO의 아전인수격 태도 는 선수협 문제의 원만한 해결을 가로막는 장애요인이다. 프로야구는 야구를 사랑하는 팬과 선수, 그리고 그들을 연결하는 구단과 조직의 상보적 관계에 의하여 작동되고 있는 하나의 스포츠 시장이다.
다른 시장과 마찬가지로 프로야구 시장이 유지되고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시장을 구성하고 있는 구성원간의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한 호혜와 교환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구단과 KBO는 이러한 시장원리를 무시하고 선수협 문제의 발생 초기단계에서부터 일체의 대화와 타협을 거부한 채 독선과 아집으로 사태해결을 고집함으로써 상황을 더욱 어렵게 이끌어 가고 있다.
선수협측 역시 사전준비 소홀과 조직력 부족이라는 맹점을 드러냈다. 올해 1월 시도했다 무산된 창립총회 때의 경험으로 보아 이번 구단과 KBO의 조직적 반발과 공격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다. 선수협측은 그동안 8개월에 가까운 준비기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팬과 여론의 힘에 의존함으로써 향후 행보에 대한 심한 우려감을 심어주고 있다.
중요한 것은 누가 이기느냐가 아니다. 프로야구는 팬들의 관심과 사랑으로 크는 나무다. 더 이상의 소모전은 양측 모두 팬들과 여론으로부터 외면과 지탄의 대상이 될 뿐만 아니라 한국 프로야구를 고사시키는 이적행위라는 사실을 명심하여야 한다. 대화와 타협을 거부한 채 서로의 입장만 아전인수격으로 고집할 경우 파국은 불을 보듯 뻔하다.
구단은 그 동안의 독선과 아집에서 탈피하여 선수협 결성이 우리나라 프로스포츠의 병리적 관행을 치유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거쳐야 할 사회적 요구이자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구단과 KBO는 조건없이 선수협의 실체를 인정하고 방출선수를 원대 복귀시킴으로써 선수협을 프로야구 발전의 호혜적인 파트너로 받아들이는 아량을 보여야 할 것이다. 선수협도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려고 지나치게 실력을 행사할 경우 프로야구는 물론, 다른 프로스포츠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선수협과 구단의 원활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기존의 제도개선위원회를 격상시켜 선수협과 구단간의 공식적인 협의기구로 운영할 것을 제안하고 싶다.
/ 박진경ㆍ관동대 사회체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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