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서울대 고려대 성균관대 한양대 등의 특차 합격자 발표 결과, 수험생들의 '재수기피성 하향안전지원' 경향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이러한 경향은 정시모집에서는 더욱 큰 규모로 확산하고 보다 극심한 눈치작전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특히 이번 특차에서 수능 390점 이상 고득점을 받고도 고배를 마신 수험생이 5,500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돼 정시모집에선 이들의 동향에 따라 '연쇄 하향 도미노 사태'가 일어날 전망이다. 결국 수험생들이 지원 대학을 결정하는데 큰 혼란을 겪을 것이라는 얘기다.
▲ 어떻게든 들어가야 한다
입시전문가들은 특차모집에서 드러난 수험생 심리를 '어떻게 하든 올해는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라고 요약한다. '재수기피 심리'가 당초 예상보다 더 크게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고려대의 경우 자연계 상위권 학과의 수능평균점수가 396점에 이르렀고 성균관대 경희대의 경우에도 인기학과의 수능평균점수가 395점을 넘어섰다. 21일 합격자를 발표한 연세대의 경우에도 상위권 학과의 평균점수가 397점이었다.
상당수의 고득점자들이 서울대로의 '모험'을 감수하기보다는 '안전행로'를 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특차합격자를 발표한 경북대 등 지방대 인기과의 수능 합격선이 전년도 보다 30점 안팎 올라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연세ㆍ고려대에서 재수생 합격생의 비율이 작년보다 10%포인트씩 증가한 것도 마찬가지다.
심리적 부담감을 안고 있는 고득점 재수생들이 서울대를 피해 연ㆍ고대에 대거 몰려들었다는 설명이다.
▲서울 중상위권 대학 치열한 경쟁 불가피
올 정시모집에서 수험생들은 예년과 달리 4번의 지원기회를 충분히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득점 수험생은 평균 2.5회 지원하는 것이 예년의 통계. 하지만 올해는 고득점자라 하더라도 지원기회를 전부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대 대학이 몰려있는 '다' '라'군에도 고득점 수험생들이 교차지원등을 활용하며 '악착같이'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360~380점대의 중상위권 대학 지망 가능자들로서는 위에서부터 밀려내려오는 수험생들을 피하기 위해 다시 눈높이를 낮추는 게 불가피할 전망이다.
종로학원 김용근 평가실장은 "서울소재 중위권 대학 인기학과는 극심한 눈치작전과 하향지원사태가 나타날 것"이라며 "특히 고득점자가 양산된 인문계에선 대혼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반면 상위권 대학에서는 의외의 '공백'이 나올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진다.
중앙교육진흥연구소 김영일 평가이사는 "어느 누구도 자신의 점수로 합격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논술이라는 가변적인 전형요소를 피해가다보면 연ㆍ고대 상위권 학과에 의외로 경쟁률 낮은 학과가 생겨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올 수능의 또다른 특징은 고득점 수험생 가운데 여학생 비중이 줄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연세ㆍ고려대의 경우 여학생 합격자의 비율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
대신 370~380점대 상위권 지원 가능대학에 여학생이 오밀조밀하게 밀집해있다. 결국 이들이 지원 가능한 여대와 교육대는 정시모집에서 경쟁률과 합격선 상승이 예상된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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