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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근로자들에도 福된 성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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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근로자들에도 福된 성탄"

입력
2000.1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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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강도 만난 자의 이웃이 되겠는가?"(누가복음 10장 36절)강도를 만나 죽기 직전에 있는 사내의 울부짖음을, 제사장도, 신심 깊다는 레위인도 못 본 척 지나쳤다. 그러나 이방인이라 업신여겨지던 사마리아인은 그의 상처에 기름과 포도주를 붓고 재운 뒤, 이튿날 돈까지 주었다.

한국기독교 목회자 협의회 소속 이상화(38) 목사의 이번 성탄절 설교는 '하늘엔 영광, 땅에는 평화'를 외치는 여타 설교 같지 않다.

불법 체류라는 딱지에, 평소에는 서울의 낮을 피해 다니던 외국인 노동자들이었지만 이번 성탄절만은 안심이 된다.

한국 평신도들과 함께 그 동안 대놓고 쓰지 못 했던 자국어로 찬양을 올리고, 성탄의 뜻을 기리는 소박한 연극도 공연한다.

불법 체류 타민족 노동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개척 교회에서 예배를 올리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한국인 신도들 속에서 모국어로 예배를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목사의 집회에는 네팔 노동자 170명과 한국 신자 30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 목사는 "강도 만난 자는 도와야 한다"며 "코리언 드림은 죽지 않았다"고 말한다. 네팔 노동자들은 모두 불교 신자다.

한국기독교 목회자 협의회(한목협)의 '외국인 노동자와 함께 하는 2000 성탄 예배'가 한 줄기 다사로운 볕으로 그들에게 내리 쬔다.

시종 통역자(주선미 선교사)가 그들의 언어를 옮겨 준다. 떡국과 내복이 선물로 마련돼 있다. 지난해 성탄절 구로공단 서울 조선족 교회(담임 서경석 목사) 성탄 예배 이후 두 번 째 일이다. 협의회측이 준비한 떡국과 내복 등이 그들의 공연에 답한다.

6개월 산업 연수 기한을 이미 넘겨, 평균 2년씩을 응달에서 체류하고 있던 사람들이다. 가내 공장에 딸린 1.5평 짜리 쪽방에서 2~3명씩 부대끼며 살다, 다른 외모 때문에 외출 때면 항상 신경이 쓰인다.

이 목사는 "은전이 아니라, 교회가 마땅히 해야할 일"이라며 "폐쇄적 교회 활동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목사는 "지난 시절, 독일에서 광부나 간호사로 나가 힘겹게 살던 때를 너무 쉽게 잊어 버린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1998년 12월 설립된 한목협(KACP)은 한국 교회가 보수(한기총)ㆍ진보(KNCCㆍ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로 양분돼 사회적 책임과 자기 갱신을 제대로 돌보지 못 한다고 생각한 기독교 단체를 산하 회원으로 두고 있다(대표 회장 옥한흠 목사). 현재 대한성공회 정의평화사제단ㆍ대한예수교장로회 바른 목회 실천협의회 등 15개 단체를 회원으로 두고 있다.

이번 성탄 예배는 네팔 노동자들의 남서울 나사렛 교회(당산동)를 비롯, 방글라데시 노동자(100명)의 동고교회(경기 포천), 필리핀 노동자(100명)의 필리핀 공동체 예배처소(경기 마석) 등 세 곳에서 열린다. 올 크리스마스는 '당신들과 함께 하는 축제'다.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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