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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우상실종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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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우상실종의 시대

입력
2000.1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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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민정부'란 말로 표현되던 김영삼 정권 후반기 "부산 영도다리 밑에 잘린 손가락들이 둥둥 떠 다닌다더라"는 우스갯 소리가 있었다. YS를 대통령으로 뽑은 것을 후회하는 부산 사람들이 표를 찍은 오른쪽 엄지 손가락을 잘라 바다에 버렸다는 것이었다.군사정권의 오랜 파쇼정치에 염증을 느끼던 끝에 탄생한 문민정부에의 기대가 실망으로 변한 것이다. 거듭되는 실정과 아들의 국정농단이 현대 한국의 정치적 우상 하나를 무너뜨렸다.

■김대중 대통령이 처음 선거혁명을 이룩한 지 3년째 되던 18일, 광주에서는 17개 시민단체가 김대중 정권의 무능과 부패를 지탄하는 시국성명을 발표했다.

시민들은 "청천벽력이었던 IMF 한파도 김대중 정권에 대한 기대와 희망으로 감수할 수 있었고, 차차 웃목도 따뜻해 질 것이라는 '선생님'의 말씀을 믿고 인고의 세월을 보냈다"고 회상한 뒤, 그러나 임기를 2년 남긴 지금 또 하나의 무능정권이라는 혹평을 받고 있다고 안타까워 했다.

■109조원에 달하는 공적자금을 퍼붓고도 금융 구조조정의 성과를 내지 못했고, 고급 옷로비 사건을 비롯해 최근의 불법대출 의혹에 이르기까지 비리사건에 연루되었음직한 권력자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하지 않았으며, 의사파업에는 끌려 다니기만 하다가 사회적 약자인 롯데호텔 노동자 파업에는 테러진압에 사용되는 섬광탄과 경찰특공대까지 투입했고, 부패방지법안에 정치자금을 예외로 한 것 등을 무능 부패의 사례로 들었다.

■그동안 입이 있어도 말을 못하고 벙어리 냉가슴 앓듯이 지켜보기만 했다는 그들은 그 침묵이 정권에 대한 지지가 아니었음을 분명히 했다.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세상을 만들겠다던 대통령의 철학이 부끄럽게 됐다는 말에 한 없는 실망감이 묻어난다.

이로써 최후의 우상으로 남았던 DJ마저 한국인의 가슴에서 사라지는 것인가.

어차피 현대는 우상 실종의 시대다. 광주 시민들의 요구처럼, 개혁을 제도화할 시스템을 들여세우면 우상이 없어도 외롭지 않을 것이다.

/문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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