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개편설이 불거지자 이를 추진할만한 위치의 여권 핵심인사들은 "구상과 현실은 다르다"면서 "현재 진행되는 수준 보다 설이 너무 앞서 나가있다"고 말했다.여권이 다수세력의 형성을 바란다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고 정계개편 구상이 제기되기는 했지만, 구상과 기대가 실현되기는 난망하다는 것이다.
이 문제에 깊숙히 개입하고 있는 여권의 한 고위인사는 "지금은 넌지시 가능성을 더듬는 수준"이라며 "설익은 수준에서 얘기가 나오면 될 일도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한나라당 김덕룡 최고위원을 만났다"고 밝히며 "김 위원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 지를 알기 위해 만났는데 명쾌한 그림은 아니더라"고 말했다.
그는 또 "김 위원은 김대중 대통령이 노벨평화상 수상 이후 총재직을 버리는 등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는데 수용되기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지난달 김종필 자민련 명예총재를 면담한 청와대 한광옥 비서실장은 "국회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였다"고 합당 논의를 부인했다. 한 실장은 "DJP 후보 단일화를 하는데도 무려 1년 반이 걸렸다"면서 "그 보다 큰 그림인 합당, 더 큰 테마인 다수세력 구축은 상식적으로도 복잡하고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청와대의 한 실무관계자는 "서영훈 대표가 지나가는 말로 합당하자고 해서 합당이 이루어질 수는 없는 일"이라며 "구상이나 말로 정계개편을 했으면 벌써 5번은 정계개편이 이루어졌을 것"이라고 평가절하 했다.
청와대의 공식적인 입장은 더욱 부정적이다. 남궁진 정무수석은 "구상해 본 적도 없고 현실적으로 할 수도 없다"면서 "국정쇄신의 흐름이 정계개편설로 희석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영성기자
leeys@hk.co.kr
● 한나라
"위기극복 뒷전" 비난속 "누가 가겠는가" 냉소
한나라당은 21일 정치권 안팎에서 거론되고 있는 이런저런 형태의 정계 개편설에 대해 비난과 조소의 양면 대응을 했다.
김기배 사무총장은 이날 당 3역 간담회에서 "국가위기 상황인데도 정계개편 어쩌고 하는 것을 보면 (여권이) 위기가 뭔지 잘 모르는 것 같다"면서 "레임덕 현상에 실정이 겹쳐지고 있는데 누가 그 쪽으로 가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권철현 대변인은 "이 정권이 겉으로는 상생의 정치를 이야기하고, 두 달에 한번씩 영수회담을 하자면서 밑으로는 정치판을 깨려는 비열한 공작을 하고 있다"며 "이런 움직임들은 여권이 국정쇄신과 나라 바로세우기는 뒷전이고 오로지 수를 부풀려 힘으로 밀어 부치겠다는 목표에 집착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힐난했다.
권 대변인은 "DJP는 위기 때마다 신당을 만들어 국민적 관심을 돌려왔다"면서 "DJP+알파에 한나라당 일부 의원도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은 다시 야당의원 빼내가기를 하겠다는 발상"이라고 발끈했다.
한나라당은 '플러스 알파'의 대상으로 김덕룡 의원과 김영삼 전 대통령이 거명되고 있는 사실에 대해서도 "거래가 성립하기 위해선 전제가 너무 많다" "명분 없는 야합에 두 사람이 힘을 보탤 리 없는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홍희곤기자
hgho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