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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렬 "웬만해선 시트콤에 안나오려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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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렬 "웬만해선 시트콤에 안나오려 했는데..."

입력
2000.1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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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와 평범한 연기자는 위기상황에서 차이가 난다. 연기자에게 새로운 장르의 도전은 추락할 수 있는 위기이자, 발전의 기회이기도 하다.개그맨 이홍렬(46)이 시험대에 올랐다. 21년 동안 코미디와 토크쇼를 주로 해왔던 그가 처음으로 시트콤에 출연한다. 짧지 않는 연예인 생활, 인정받는 코미디 연기자인 그도 SBS 일일 시트콤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출연 섭외에 주저했다.

"시트콤은 전혀 모르는 분야는 아니지만 장르의 속성상 개그가 아니라 순발력있는 연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망설였어요. 하지만 저를 믿기 때문에 출연요청이 왔으니 최선을 다해보자는 생각을 했지요"

시트콤을 쉽게 보다 큰 코 다친 상당수 개그맨이나 연기자와 다른 모습이다. '웬만해선.' 는 일상성을 바탕으로 한 자연스러운 시트콤을 지향한다. 이홍렬이 맡은 캐릭터도 지극히 평범한 40대 후반 인물이다.

은행구조조정으로 인해 명예퇴직하고 작은 분식점을 운영하는 대학생 딸을 둔 홀아비다.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물이다. 시트콤도 코미디 장르이기에 시청자를 웃겨야 한다.

그러나 평범한 인물이 웃기기란 참으로 힘들다. "연출자 김병욱PD가 주문하는 것은 과장되게 연기하지 말고 즉흥대사하지 말라고 해요. 21년 동안 토크쇼 등을 하면서 애드립하는 것이 습관이 돼 힘듭니다."

그러나 그의 말과 달리 18일부터 시작된 '웬만해선.' 에서 다소 어색하고 너무 자제하려는 모습은 보이기는 했지만 무리없이 캐릭터를 소화하고 있다.

자기 집으로 이사오면서 물건을 깨뜨린 권오중에게 째째하게 계속 구박하는 표정(18일 방송분)과, 식탁에서 탁구를 하며 큰 아들 노주현편만 드는 아버지 신구에게 약이 올라 "아부지! 심판 있으나마나 내요" 라고 외치는 대사(19일 방송분), 화장실에 볼일 보고 나오다 냄새가 많이 난다고 핀잔을 주는 형수 박정수와 티격태격 하는 연기(20일 방송분)에서 이홍렬은 소시민적 40대 인물을 체화하고 있음을 시청자에게 보여주었다.

"시트콤 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대사 외우는 것입니다. 다 외우고 가다 막상 애드립을 못하게 하니 녹화에 들어가면 잊어먹어 컨닝도 많이 합니다."

그는 극중 인물처럼 실제 홀아비 생활을 하고 있다. "늘 아침이면 나던 밥 냄새가 나지 않아 홀아비라는 것을 느끼지요. 텅빈 집에 돌아오면 가슴이 서늘합니다." 지난해 9월 공부를 마치고 미국에서 돌아오면서 공부를 계속하고 싶어하는 아내와 아들 둘을 남기고 혼자 귀국했다.

'이홍렬표 웃음' 의 원천은 쉴새 없이 내뿜는 유머와 기발한 상황연출, 그리고 한번쯤 의미를 되짚어 생각하게 하는 멘트, 다소 어눌하면서도 연륜이 묻어나는 재치이다.

'이홍렬쇼' '최고를 찾아라' 에서도 진가를 발휘하고 있는 이홍렬은 "방송계는 오늘 인기있다고 방심하면 내일 추락한다. 작품마다 성실히 임하고 싶다" 고 말한다. 처음 출연하는 시트콤 '웬만해선.' 에서도 이같은 이홍렬의 성실함이 묻어나는 것 같다.

배국남 기자

kn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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