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전 10시30분 과천 정부청사 재정경제부 기자실. 진념(陳稔)재경부장관은 '구조조정 대상은행 감자 관련 정부발표문'을 비장한 표정으로 읽어내려갔다."은행 정상화를 위해 노력한 지역주민 등 선의의 소액투자자들에게 손실을 끼쳐 드리게 돼 송구스럽고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정책당국이 책임을 질 문제가 있다면 그 책임을 지도록 해 나가겠습니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감자(減資) 책임'언급에 대해 정부측이 취한 액션프로그램은 이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6개 은행 경영진에 대해서는 경질이 기정사실화 되는 등 엄중한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측도 이날 발표를 통해 "현 은행 경영진에 대해서는 민ㆍ형사상 책임을 포함해 내년 초 주주총회 등을 통해 책임을 물어나가게 될 것"이라고 못박았다.
그렇다면 과연 정부는 이 같은 사과 한 마디로 면죄부를 받을 수 있는 걸까. '감자는 없다'고 공언했다가 결정을 뒤집은 부분이야 "상황이 바뀌었다"는 정부측 해명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8조원에 달하는 공적자금가 허공으로 날아가 버린 지금, 은행 경영진을 '애꿎은 희생양'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공적자금 조성에서부터 집행, 관리를 총체적으로 해온 정부의 책임을 말 한마디로 넘길 순 없다.
"정부 당국자가 수차례 바뀌어 책임을 묻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라는 변명이라면 환란, 대우차와 한보철강 매각실패 등으로 이어진 정책 실패는 앞으로도 계속될 수 밖에 없다.
정책의 실패를 처벌하면 누구도 소신있게 국정을 감당할 수 없다. 하지만 공적자금 추가조성, 신용금고 사고, 경제상황 악화에 이어 불과 2개월여만에 4번째 듣는 현 경제팀을 사과를 보면 우리나라 공직자들은 무엇으로 사는지 궁금해진다.
이영태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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