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 제 인생은 잔혹한 '생매장'의 과정이었습니다."'돌이 돼 죽어가는 시인' 박진식(전북 순창군 순창읍)씨. 박씨의 병명은 '부갑상선기능 항진증에 의한 각피 석회화증'으로 과잉생산된 칼슘이 몸안에 쌓여 석회화해 온몸이 말그대로 '돌'로 변하는 끔찍한 고통 속에서 서서히 죽음에 이르는 병이다.
"압력을 견디지 못한 돌덩이들이 살을 뚫고 나올 땐 피부가 홍시처럼 헐어버립니다. 어머니가 쇠꼬챙이로 몸안의 돌을 긁어내다가 쇠꼬챙이가 휘어버려 부둥켜 안고 울기도 했지요."
박씨는 20여년간 한번도 걸어보지 못했다. 관절이 딱딱하게 굳어 제대로 걸을 수 없는데다 실수로 넘어졌다가는 몸속 돌들이 깨져 장기를 찌를 것이기 때문.
"바닥에 머리를 부딪쳐 귀가 하얀 가루로 부스러졌을 땐 차라리 삶을 포기하고 싶었습니다."
막노동을 하는 아버지(64), 어머니(55)와 단칸 사글세방에 사는 박씨는 제대로 된 병원치료 한번 받지 못했다. "20여년동안 눈앞에서 자식이 죽어가는 것을 지켜봐야 하는 부모님의 심정이 어떻겠습니까. 가망없는 치료로 더이상의 짐이 되긴 싫습니다."
"아무리 흉측한 모습을 해도 내곁에 살아있는게 효도"라며 박씨를 정성으로 간호해온 아버지마저 8월 간경화로 쓰러져 박씨의 마음은 더욱 무겁기만 하다.
이미 심장, 폐 등 장기까지 30% 이상 석회화해 '마지막 순간'을 담담히 기다리는 박씨의 소원은 두가지다.
부모님께 제대로 된 큰 절 한번 올리고, 투병기를 책으로 내 생활비라도 마련해 드리는 것이다. 손마디가 굳어 펜조차 잡을 수 없는 박씨는 입에 막대기를 물고 컴퓨터 키보드 글쇠를 하나씩 눌러 A4용지 150여장 분량의 시, 수필 등을 써왔다.
"사지가 절단된 사람도 '희망'이 있으니 행복한 것"이라는 박씨는 "책을 통해 사람들에게 삶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고 싶다"고 말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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