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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 기자가 본 한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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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 기자가 본 한일전

입력
2000.1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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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기자가 본 한국축구 / '투지-체력' 日에 앞서올림픽 예선탈락, 아시안컵 결승진출 좌절 등 라이벌 일본을 밑돌았던 한국은 일ㆍ한전을 별러왔지만 전반 26분 한명이 퇴장당해 당초 의도했던대로 제 실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없었다. 그래도 한국선수들의 능력과 투지는 일본에 결코 뒤지지 않았다.

한국은 홍명보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용해 그의 비범한 패싱력을 살리려고 했다. 그러나 그가 없는 최종 수비라인은 일본의 야나기사와 등에게 위험지역의 돌파를 허용, 합격점이었다고 말할 수 없었다.

10명이 되고나서 본래의 센터백의 위치로 돌아가 일본의 반격을 1점으로 막아낸 모습은 놀라웠다. 다만 한국 DF진의 평균연령은 29세로 여전히 베테랑의 힘에 의존해야 한다는 점은 한국이 풀어야 할 과제일 것이다.

FW 안정환의 능력은 뛰어났다. 일본의 수비라인이 적극적인 압박을 가하지 않은 점도 있지만 평판대로 그의 스피드에 시선을 빼앗겨버렸다. 이탈리아에서 유럽식 공격축구를 경험해서 몸싸움도 강해졌다.

슈팅 대부분이 골대를 벗어나지 않는 정확성을 보였다는 점은 잘생긴 외모만큼이나 인상적이었다. 19세의 나이로 출전한 이천수에게서도 비범함이 느껴졌다.

볼을 다루는 유연함이나 패스의 정확도는 그의 천재성 덕분인 것 같다. 몸싸움 능력과 국제경험을 쌓는다면 나카타에 필적할 존재가 될 것이다.

후반 한국은 일본의 거센 반격을 받았다. 그러나 반대로 한국선수들의 뛰어난 체력도 돋보였다. 올해 J-리그 최우수선수 나카무라가 한국 수비수와의 몸싸움에서 밀려 가볍게 부상한 것을 보면 체력차를 통감할 수 있다.

4월 한국서 열렸던 일ㆍ한전서도 10명이 싸워 승리한 한국의 정신력에는 늘 감동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팬에게는 실망스러웠던 시즌이었던 것 같지만 이번 일ㆍ한전에서 한국의 잠재능력이 뛰어나다는 점을 충분히 보여주었다. 내년 초 외국인감독 히딩크를 맞아 새 출발을 한다고 알고 있다.

한국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최상의 전력으로 2002년 월드컵을 맞이하게 되길 바란다. 일본으로서도 파트너의 '진지함'을 똑바로 보고 받아들여 주었으면 좋겠다.

/요미우리=사토 다케시기자

■한국기자가 본 일본축구 / 위치변화등 전술성숙

사람들은 축구를 꼭 결과로만 평가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일본이 10명이 뛴 한국을 왜 이기지 못했는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도 있다.

물론 단기적인 대회에서는 결과가 중요하지만 이번 한ㆍ일전은 친선경기이고 한국과 일본이 2002년 월드컵이라는 목표를 향해 팀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다는 점에서 경기의 수준과 내용을 평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반전 경기내용은 일본이 좋지 않았다. 패스미스가 많았고 미드필드진과 포워드진의 호흡이 잘 맞지 않았다.

중반 이후 야나기사와의 위치선정과 움직임이 아주 좋아져 찬스가 몇차례 연출되었던 것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부진했다. 트루시에 감독은 골결정력 부족도 불안스러웠을 것이다.

후반들어 경기양상은 달라졌다. 일본의 빠른 템포의 패스와 조직력이 훨씬 좋아진 느낌이었다. 특히 수비형 미드필더와 양쪽 풀백의 위치이동과 변화가 다양해 전술적으로 한층 성숙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비수 핫토리와 마쓰다가 최전방 공격에 가담해 찬스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은 김상식의 퇴장으로 한국공격수를 마크해야 할 부담이 없어진 이유도 있지만 다른 선수들의 전술적 조직력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좋은 장면이었다.

일본이 전반전에 부진했던 점과 이길 수 있는 경기를 비긴 것은 나카타, 모리시마, 다카하라. 니시자와 등 주축선수들이 빠졌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반전에 짜임새 있는 조직력을 보여준 것은 선수층이 두터워졌고 트루시에 감독의 전술을 모든 선수들이 잘 이해하고 있다는 의미도 된다. 이날 드러난 일본의 단점은 공격을 하다가 차단돼 역습을 당할 경우 빈 공간이 너무 많아 뒷수습이 어렵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아쉬운 점은 한국선수 한명이 퇴장당해 양팀의 장단점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은 계속 상승세를 유지할 수 있게 됐고, 침체된 분위기의 한국은 이번 한ㆍ일전을 계기로 안정을 찾게 됐다는 것이 소득이 아닐까 싶다.

유승근기자

us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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