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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부즈맨 칼럼] '역린'을 건드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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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부즈맨 칼럼] '역린'을 건드려라

입력
2000.1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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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서 언론은 단지 신문을 발행하는 회사가 아니다. 고유의 시각과 논리로 사회현상을 비판하고 여론을 조성하는 '권력'이다. 이렇게 볼 때 언론의 시각과 논리에 대한 언론 외부의 비판은 민주사회의 필수적 요소이다.특히 옴부즈맨의 역할은 한국일보가 보지 못하는 또는 잘못 보는 것을 세게 꼬집어 주는 것이리라 믿는다.

지난 몇 주간 정치면은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의 문제제기로 시작된 '권노갑 파문'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런데 이 파문 이전까지 한국일보는 현 정권의 신뢰성 위기를 지적하며, 그 중요 이유로 김대중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 노벨상 수상 등의 업적에 도취해 현재 우리 내부 위기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런데 권노갑씨 퇴진 이후에는 비판의 예봉이 무뎌진 듯하다.

현 정권에 대한 민심 이반은 단지 권씨 개인만의 잘못은 아니고, 민주당에 새로운 대표가 들어선다고 해서 쉽게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한국일보는 권씨의 '부통령화'가 용인, 방조되고 시대착오적 '가신정치'가 재생산된 결과 공적 조직이 무력화해 버린 근원이 진정 어디에 있는지를 철저히 파고 들어가 김 대통령 자신의 사고혁신을 촉구하여야 한다.

봉건적 용어를 빌자면, 한국일보가 매운 소리를 통해 '역린(逆鱗ㆍ임금님의 분노)'을 건드릴 것을 희망한다.

사회면에서는 한국일보를 비롯한 기존언론이 1단짜리로도 보도하지 않은 사건에 대해 짚고 싶다.

먼저 참여연대의 윤종훈 회계사는 한 재벌의 편법 세습의 진상과 그 책임을 물으며 12월 4~15일 2주 동안 매일 1시간씩 국세청 앞에서 '나홀로 시위'를 벌였고, 방송대 교수 3인도 이 재벌 그룹 사옥 앞에서 비슷한 시위를 했다.

회계사와 교수가 남의 시선을 무릅쓰고 길거리에서 마스크를 끼고 피킷팅을 하는 이 사건에 대해 기존 언론은 침묵하였으나, 이는 최근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큰 화제 중의 하나였다.

이들의 정당한 행위가 가수의 섹스비디오보다도 보도가치가 떨어지는 것인지 묻고 싶다.

반면 8일자 오피니언면에 실린 '사법시험법안'에 대한 찬반기획토론은 돋보였다. 이 법안의 핵심은 정원제 유지인데 국회 법사위가 국회법 절차도 어겨가며 공청회도 없이 법안을 통과시키려 하다가 정원제 폐지와 자격시험제로의 전환을 요구하는 참여연대의 반대를 계기로 공청회를 앞두고 있다.

국민을 위한 양질의 저렴한 법률서비스의 보장과 법조 윤리의 강화를 위해 어떤 시험제도가 도입되어야 하는가는 향후 우리나라 사법개혁의 향방을 가늠할 시금석이다. 이 점에 대해 다른 언론들은 거의 취급하지 않았으나, 한국일보만이 신속한 기획으로 대처했다.

찬반토론이니만큼 한국일보의 입장은 드러나지 않았지만, 이를 계기로 법조의 직역(職域)이익을 넘어서는 사법개혁에 대한 관심을 높여주길 바란다.

끝으로 국제면의 기조에 대하여 간략히 언급하고 싶다. 지난 주 국제면은 미국 공화당 부시 후보의 당선소식이 주종을 이루었다.

그런데 '강한 미국'을 내거는 부시의 당선이 한반도의 탈냉전과 평화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한 분석기사는 부족했다.

또 한가지, 미디어에 대한 비평기사가 한국일보에도 좀더 자주 실리길 바란다. 앞서도 말했듯이 언론은 한국사회에서 무시할 수 없는 권력이다.

그러므로 다른 신문과 방송을 비판하는 기사는, 동종업종에 대한 월권이 아니라 권력을 비판하기 앞서 언론의 자정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언론 고유의 역할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

헌법이 언론에게 막강한 자유를 부여한 것은 언론이 그 자유에 기초하여 현존하는 모든 분야의 '성역'을 치고 들어가라는 요구이다. 언론이 집요하게 '성역'을 파헤칠 때 사회는 투명해지고 건강해진다.

조 국ㆍ동국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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