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판이 내년 봄 크게 달라질 것인가.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는 법은 없다더니, 정계재편과 관련된 여러 얘기들이 여권에서 솔솔 새어 나오고 있다.민주당과 자민련의 합당론, JP를 총재로 하는 민주+ 자민련+ 한국신당 + 한나라 일부의 신(新)여당 창당론 등도 그런 얘기들 중의 하나다. 이런 얘기와 맞물려 물건너 간 내각제와 정ㆍ부통령 개헌론이 슬그머니 고개를 쳐 들어 가뜩이나 혼란한 사람들의 머리를 더욱 헷갈리게 한다.
이런 얘기들이 무턱대고 나온 것은 아닌 듯 하다. 엊그제 민주당의 서영훈 전 대표가 자민련 지도부에 양당 합당의 운을 뗀 사실이 확인된 것을 비롯, 그럴만한 전조(前兆)들이 하나 둘씩 불거지고 있다.
최근의 민주당 개편을 그런 전조로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당 개편이 인적쇄신의 측면에서 보다는, 유사시에 뭔가를 대비하기 위해 이뤄진 인상을 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권의 이런 정계개편과 관련된 설(說)과 논(論)들은 유감스럽지만 국민들의 눈엔 정략적 술수, 또는 야합의 징조로 비쳐지고 있을 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은 국회의원 몇 명을 이당 저당으로 헤쳐 모이게 하는 일에 관심을 쏟을 때는 아니다.
어떻게 하면 민생을 축내지 않고 경제적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가에 국가적 에너지를 결집해야 할 때인 것이다.
한편, 여권이 자민련과의 합당이나 신한국당 또는 무소속을 끌어들여 여소야대를 타파하려 한다면 정국의 안정이라는 측면에서 이해 될 대목이 있을지 모르나, 한나라당 일부를 빼 내 신여당을 만든다는 발상은 위험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이는 여권이 몇 차례 다짐한 인위적 정계재편 불가 원칙을 깨는 일일뿐만 아니라, 총선민의를 저버리는 일과 다름없다. 이런 얘기가 그렇지 않아도 힘없이 축 처진 사람들의 어깨를 더욱 처지게 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정치권은 유념해야 한다.
청와대 남궁진 정무수석의 말에 유의하고자 한다. "자민련과의 합당이나 신여당을 구상해 본적도 없고, 현실적으로 할 수도 없는 일이다. 이런 얘기들은 국회를 혼란시키고 김대중 대통령의 국정개혁 구상의 본질을 흐리려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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