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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송년의 양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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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송년의 양극화

입력
2000.1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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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송년회 시즌이다. 밀레니엄 신년 인사를 나눈 게 다들 엊그제 같다고 하는데 벌써 송년회라며 부산하다. 송년회는 형식적이더라도 그 자체로 뜻 깊은 자리다. 나와 가족 뿐이 아닌 '우리'를 한해의 마감과 함께 다시 확인하는 정겨운 자리가 아닌가.구구각색의 우리들이 서로 맞춰서 살아 가려고 애쓰는 징표로서 그만한 값어치가 있는 것이다.

■시대 상황에 따라 송년회 풍경에도 굴곡이 있었다. 경기(景氣)를 보여주는 바로미터이기도 했다. 국부가 가파르게 쌓여가던 개발연대에는 그만큼 흥청망청한 모임이었다

어쨌든 어려우면 어려운 대로, 풍족하면 풍족한 대로 다 함께 송년회 만큼은 고만고만하게 보냈다. 그러나 이제는 송년회로 전체 경기를 가늠할 수 없게 됐다. 송년회 풍속에도 '양극화'가 생긴 탓이다.

■올 송년회에서 그런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다수(多數)의 서민 송년회와 소수(少數)의 부자 송년 파티에 확실한 선(線)이 그어지고 있다 한다.

1인당 만원 한도 내에서 일체를 해결하는 '만빵 송년회', 점심으로 대체하는 '대낮 송년회'까지 등장한 것이 서민 송년회 풍경이다. 반면 특급호텔 연회장과 고급 술집 등에서 벌어지는 부자들의 송년 파티는 세계 최고 호화판이라 한다.

■송년회는 이제 경기가 아니라 세태를 보여주는 거울이 된 것 같다. IMF 환란과 세계화가 가져온 구조적 계층 분화의 축소판인 것이다. 과도한 소비심리 위축이 경기를 더 꼬이게 한다고 위정자들은 불만이지만, 중산층 이하에게는 그야말로 '웃기는 얘기'다.

쓸 돈도 없으려니와, 있어도 움켜쥐고 있어야 한다는 교훈을 그 동안 체득했기 때문이다. 상류층은 그들대로 국가경제가 위기일수록 자신들에게 '기회'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환란의 '이중적 학습효과'가 이번 송년회 풍속에서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송태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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