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물 건너간 것으로 여겨졌던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북한 방문이 성사될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백악관은 클린턴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당선자간의 회동이 끝난 후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 여부에 대해 명확히 확인해주지 않고 조만간 방북여부를 발표할 것이라고만 밝혔다.
이와 관련, 워싱턴 외교관계자는 “클린턴 대통령이 부시 당선자에게 북한 미사일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마지막 기회를 버릴 수 없다며 방북의사를 강력히 피력했고 부시도 적극적인 반대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북미간의 최종협의와 의회 지도자들과의 조율이 성과를 거둔다면 방북을 전격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클린턴의 방북문제는 이에 앞서 이루어진 고위 측근간의 사전협의에서도 핵심 사안이었다. 17일 저녁 웬디 셔먼 대북정책조정관과 찰스 카트먼 한반도평화회담 특사는 콜린 파월 국무장관 지명자와 콘돌리사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 지명자를 만나 북미 미사일협상의 진척상황을 설명하고 클린턴의 방북 필요성을 역설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18일과 19일 샌디 버거 백악관 안보보좌관과 라이스,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과 파월간의 연쇄접촉에서도 클린턴의 방북문제가 집중 논의됐고 부시 진영은 “클린턴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견해를 밝힌 것으로 보인다.
클린턴의 방북 재추진은 ‘비확산정책의 마지막 현안’중 하나인 북한 미사일문제를 임기중 매듭짓고 싶어하는 클린턴의 개인적 희망이 결정적인 이유라는 것이 워싱턴 외교가의 분석이다.
부시 당선자측이 클린턴의 방북에 적극적으로 이의제기를 하지 않고 클린턴의 결정에 맡긴다고 한 것은 북한 미사일이라는 껄끄러운 난제를 클린턴 행정부에 일단 일임함으로써 차후 북한 미사일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무산시켰다는 비난을 회피할 수 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클린턴의 방북이 최종 성사되기까지는 아직도 몇 가지 난관이 남아있다. 첫째는 방북을 반대하고 있는 공화당 지도부에 대한 설득문제다. 트렌트 로트 상원 원내총무를 비롯 제시 헬름즈 상원 외교위원장 등 공화당 중진 12명은 지난 주 북미 미사일현안의 차기 정부이관을 촉구하는 서한을 백악관에 보냈다.
백악관은 20일 중으로 의회인사들과 방북문제를 집중 협의할 예정이다. 공화당측은 북한이 미사일 개발을 포기하고 수출 중단을 할 경우 이를 검증할 수 있는 장치를 북한측이 제시해야 한다고 클린턴 랭정부에 주문하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북한과의 최종 입장 정리다. 백악관은 클린턴이 방북할 경우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의 개발포기와 수출중단에 명시적 합의를 해줄 것을 요구해왔지만, 북한은 “김정일-클린턴의 직접 담판에서 해결될 수 있다”며 미국측의 애를 태우고 있다.
더구나 민주당의 재집권이 좌절된 상황에서 최근에는 북측이 ‘차기정권에서도 합의사항의 확실한 이행’을 추가로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syyoon@hk.co.kr
^부시, 클린턴 고어와 연쇄회동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19일 대선 이후 처음으로 빌 클린턴 대통령과 앨 고어 부통령을 잇따라 만나는 등 승자의 기쁨을 만끽했다. ^이날 오전 11시30분 백악관에 도착한 부시 당선자는 한달 후면 자신이 입주할 관저를 감회어린 표정으로 둘러본 뒤 현관까지 마중 나온 클린턴 대통령의 안내를 받았다. 부시 당선자는 “들으려고 여기에 왔다”고 운을 뗀 뒤 “대통령이 친절하게도 충고해 준다면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훌륭한 팀을 짜서 옳다고 믿는 바를 추진하는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화답했다.^클린턴 대통령과 부시 당선자는 곧바로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에서 간단한 담화를 나누었으나 대화분위기는 불이 지펴지지 않은 벽난로처럼 썰렁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북한 핵문제를 비롯 외교문제를 집중거론하며 부드러운 톤으로 대화를 리드했으나 부시는 대선과정의 앙금이 가시지 않은 듯 다소 상기된 모습이었다. 두 사람은 대선과정에서 부시가 클린턴의 섹스 스캔들을 공격하며 ‘백악관의 명예와 위엄’을 되찾겠다고 공격하자 클린턴이 ‘부친이 대통령이라는 이유만으로 출마한 형편없는 인간’이라고 되받는 등 악연을 맺은 사이. 두 사람은 점심을 함께 하며 국정현안에 대해 논의했으나 경제문제와 관련해서는 약간의 입씨름을 벌이기도 했다. 부시가 “경제가 후퇴국면이다”며 경제치적 흠집내기를 시도하자 클린턴은 “8년 호황 중 겨우 2분기만이 연속 하강 국면일 뿐 곧 회복될 것”이라고 맞받았다. 면담이 끝난 후 부시 취임 후 현재 진행중인 클린턴의 스캔들 관련 소송의 사면문제가 거론됐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부시 측근은 “논의된 바 없으나 그럴 계획이 없다는 게 부시의 의중”이라고 답했다.^부시 당선자는 이어 부통령 관저를 찾아 민주당의 앨 고어 후보와 20여분간 요담했다. 이날 두 사람의 면담이 약 1시간 가량 계속될 것으로 예정된 데 비하면 크게 단축된 시간이어서 양자간의 선거갈등이 완전히 씻기지 않았음을 짐작하게 했다. 부시 당선자는 눈을 맞으며 기다리고 있던 고어 후보와 반갑게 악수하고 가볍게 등을 두드리는 등 승자의 여유를 과시했다. 고어의 대변인은 요담 후 두 사람이 대선 후유증의 치유에 관해 주로 대화했다고 전했다. 두 사람이 요담하는 동안 부통령 관저앞에는 부시의 고무탈을 쓴 채 ‘선거결과 도둑에게 박수를’이라는 등의 피킷을 든 10여명의 열성 민주당원들이 시종 야유를 보내 대조를 보였다.워싱턴=윤승용특파원 syyoon@hk.co.kr
^국제통화기금(IMF) 한국 담당자들은 19일 한국경제 상황을 경기침체가 아닌 단기적인 성장둔화라고 평가하고 개혁을 꾸준히 추진할 경우 내년 하반기부터는 경제가 되살아날 것이라고 낙관했다.^IMF의 호리구치 요스케 아시아ㆍ태평양국장과 아자이 초프라 한국과장은 이날 워싱턴 주재 한국특파원들을 위한 설명회에서 한국경제가 현재 유가폭등, 미국경제의 둔화 및 개혁에 대한 국내외 신뢰 저하 등의 요인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크게 우려할 일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들은 한국경제가 금년 4ㆍ4분기부터 내년 2ㆍ4분기까지는 성장이 둔화하나 2001년 전체로는 약 5%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이들은 특히 한국경제에 대한 국내외의 신뢰가 크게 떨어져 있다고 지적하고 한국 정부와 기업 및 금융기관들이 구조개혁을 꾸준히 추진해 가시적 성과를 얻을 경우 국내외의 투자자들이 다시 몰려들면서 경제가 활성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호리구치 국장은 “한국이 오랜 경제성장의 역사와 미래의 성장을 위한 엄청난 잠재력을 지닌 나라”라며 “한국이 잠재력에 못미치는 성장을 하는 것은 오히려 이상한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syyo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