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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밑 우리사회 두풍경 / 초고가 백화점 '눈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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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밑 우리사회 두풍경 / 초고가 백화점 '눈총'

입력
2000.1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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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서모(34ㆍ여ㆍ서울 반포동)씨는 20일 가족들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기 위해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을 찾았다가 기분만 상한 채 빈손으로 돌아서야 했다.서씨가 맨 처음 찾은 곳은 백화점 셔틀버스가 입구에 서는 2층 수입명품코너. 여성정장 한벌 값이 최저 200만~300만원. 서씨는 2,745만원이라는 가격표가 붙은 양털 롱코트 앞에서 입이 딱 벌어졌다.

서씨는 수입품쇼핑은 포기한 채 7층 생활ㆍ아동용품 코너로 발길을 돌렸으나 이곳에서도 살 만한 선물은 없었다. 유아용 밍크코트가 240만원, 아동 정장은 40만~50만원에 달했다.

"사가는 사람들이 있느냐"는 김씨의 물음에 직원은 "잘 팔려요"라고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귀족 백화점'을 표방하며 지난 10월5일 문을 연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따가운 시선이 쏠리고 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센트럴시티에 개장한 강남점(지하4층 지상8층 1만6,000여평)에 들어서면 매장 마다 가득 쌓인 초고가 수입품에 기가 질린다.

특히 주차장과 바로 연결되고 방문객이 가장 많은 2층 매장은 모두 센죤, 알파카, 알베르타페레티 등 이름도 낯선 수백만~수천만원짜리 수입품들이 메우고 있다.

가격은 시중에 판매되는 제품 가격에 '0'이 1~2개 더 붙어 있는 수준. 반팔 셔츠(돌체 앤 가바나) 69만원, 남성 정장(캘빈클라인) 150만원, 투피스(에스까다) 220만원, 롱코트(엠마누엘 웅가로) 590만원 등 초고가 일색이다.

프라다 핸드백 가격은 100만원, 구찌다이어리는 40만원, 핸드폰줄 하나에 15만원을 받고 있다. 지하 1층의 식품코너에는 40여년전 내몽골에서 발견됐다는 중국황제용 천량차(39㎏)가 3,000만원에 전시, 판매되고 있다.

백화점 관계자는 "경제적 여유가 있는 30~50대 강남 주부들을 주고객으로 삼고 있다"며 "조르지오아르마니, 버버리, 캘빈클라인, 샤넬 등은 물건이 달릴 정도로 인기가 높아 매장 확대를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이날 신세계 강남점을 찾은 주부 이모(37ㆍ서울 서초구 방배동)씨는 "시민들이 많이 찾는 고속터미널과 지하철환승역 인근에 초호화 귀족백화점이 들어선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중산층도 엄두를 내기 힘든 고가제품들만 매장에 가득해 기분이 씁쓸하다"고 말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한국노총 1,000명 조사

노동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현재의 가계 형편이 IMF사태 직후 만큼 어렵거나 오히려 나빠졌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노총은 16~18일 여론조사기관인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노조원과 봉급생활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가정경제 상황이 IMF 직후보다 더 나빠졌다는 응답자가 25%, 그때와 비슷하다는 응답자가 39.8%에 달했다. 국민의정부 들어 빈부격차가 더 심해졌다는 경우도 54.4%나 됐다.

이에 따라 4ㆍ13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를 지지했다는 응답자는 39.1%였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여당 지지자가 31.6%로 줄었다. 특히 70.8%는 여당의 정권재창출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한편 노동자들이 차기 대선에서 지지하는 후보는 ▦이인제 민주당 상임고문 22.6%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 19.1% ▦노무현 해양수산부 장관 10%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 9.3% 순이었다.

이은호기자

leeeunho@hk.co.kr

■'캐럴없는 거리' 경기침체 여파 썰렁

세밑 거리가 썰렁하다. 크리스마스가 불과 5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명동 신촌 강남 등 서울의 번화가를 지나도 캐럴송을 좀처럼 들을 수 없다.

대학입학을 앞두고 이대 앞 S커피전문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이효선(李效船ㆍ19)양은

"예전 이맘 때면 거리의 옷가게나 음식점마다 트리와 반짝이등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가운데 캐럴송이 흘러 넘쳤는데 올해엔 이런 모습을 쉽게 접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경기가 나쁜데다 구조조정에 따른 실직 등으로 사회 분위기가 온통 어두운 탓인지 크리스마스 기분을 느끼기 힘들다는 것.

서울시내 백화점에서 음악사를 운영중인 안모(31)씨는 "매년 20종류가 넘게 새로 나오던 캐럴 음반이 올해에는 4~5개에 그쳤고 판매량도 지난해에 비해 30%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사람들이 살기가 어려워지다 보니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낄 여유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대 앞 E음악사 관계자도 "지난해 이맘 때 하루 170만~180만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올해는 100만원을 채우기가 어렵다"며 고개를 저었다. 회사원 박모(24ㆍ여)씨는 "경기가 워낙 안좋다 보니 요즘 크리스마스를 잊고 지낸다"면서 "올해는 캐럴송을 듣지 못하고 크리스마스를 맞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장래준기자

ra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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