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진폐로 판정돼 해외에서 사용된 달러가 위폐인 것으로 밝혀져, 국내 위폐감식 시스템의 문제를 드러냈다.중소건설회사 부사장인 여재병(48ㆍ서울 동작구 상도동)씨는 지난달 말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달러 위폐로 인해 큰 망신을 당했다고 19일 전해왔다.
지난달 19일 국민은행 삼성센터지점에서 환전한 100달러짜리 지폐 7장중 1장이 위조지폐로 드러나는 바람에 현지에서 '위폐범'으로 몰려 환전소에 2시간 넘게 갇혀 있었다는 것.
여씨는 "말레이시아 한인회장의 신원보증으로 형사입건은 면했지만 이국땅에서 '범죄자' 취급을 받아 2,000만달러짜리 공사수주 계약까지 파기될 뻔했다"며 분개했다.
여씨는 귀국하자마자 직접 국산 위폐감별기를 사들고 은행 지점에 달려가 여전히 '진폐'라고 주장하는 환전 창구직원 앞에서 위폐임을 증명해 보였다. 더 기막힌 것은 당황한 직원이 해당 달러를 본점 외환업무부로 보내 일제 감별기로 조사한 결과 다시 진폐라는 감식결과가 나온 것.
결국 여씨가 직접 '진ㆍ위폐 확인 의뢰서'를 작성, 국내 최고의 감식전문가에게 의뢰한 결과 위폐로 최종판정되고서야 은행측은 경찰에 신고했다. 여씨는 "'구멍가게'수준의 말레이시아 환전소는 위폐 사실을 쉽게 판정했는데도 정작 국내 은행은 위폐여부를 감별해 내지 못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외환은행 서태석 외환업무부 과장은 "국내 금융기관은 대부분 구식 위폐감별기를 쓰는데다 극소수 위폐감식가에 의존, 감식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며 "외환 자유화 및 관광객 증가에 대비, 첨단 감식기 도입과 전문가 양성, 위폐전담 기관 증설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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