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이 지난 4차 평양 남북 장관급 회담을 통해 제기한 전력지원 요청의 수용여부를 둘러싸고 우리사회가 진퇴양난의 어려운 국면인 것 같다. 북측은 자신들이 당면한 긴박한 전력난 해소를 위해 우리측에 50만KW의 전력공급을 긴급 요청한 바 있다.외양으로 보아서는 이번 전력지원 요청도 지난 2차 장관급 회담에서 식량 100만톤의 긴급 지원을 요청했던 상황과 거의 일치한다. 당시 회담장소도 우연하게도 평양이었다. 북측 요청을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측은 북한의 심각한 전력난을 이유로 든다.
남과 북이 화해와 교류를 통해 평화적 공존 방향으로 나아가기로 한 마당에 식량난과 마찬가지로 심각한 북한의 에너지난을 덜어주기 위해 남측의 잉여전력을 북측에 공급하는 일은 의미있는 일이 아니냐는 논리다.
반대하는 측은 북측의 자세변화가 아직 기대 밖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이들은 전력은 식량과는 달리 국가의 산업동력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전력은 전략물자의 주요 생산수단이다. 아직도 남북이 말로는 긴장완화를 얘기하면서도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팽팽한 무장대치하고 있는 상황은 변하지 않았음을 지적한다.
오는 26일 평양에서 열기로 한 남북 경협추진위원회 1차 회의에서 이 문제가 집중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결론을 말하면 우리는 대북 전력지원문제가 국민적 동의의 바탕 위에서라면 우리의 전력사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다만 지난 식량지원의 경우처럼 사실상 먼저 '언질'을 준 다음 사후 동의를 받는 형식이어서는 안된다.
문제는 우리에게 50만kw 지원 여력이 있느냐 이다. 당국의 얘기로는 피크타임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견해다. 또 현재와 같이 북한의 낡은 송배전 시설로는 전력공급이 이뤄질 수 없다고 한다. 북측이 전력 공급을 받기 위해서는 엄청난 인프라 구축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이다.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의 자세변화다. 북측은 전력지원과 이산가족 등의 연계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또 북쪽 어장의 개방도 시사했다.
그러나 진정한 신뢰는 군사적 신뢰의 구축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지금이라도 군사공동위를 가동시켜 공격무기의 후방배치 등을 비롯한 군사적 신뢰회복 조치를 이루는 것이 급선무다.
현재와 같은 적대적 대치속에서 전력지원을 바라는 것은 우리사회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 처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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