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떠올리기 싫은 달갑지 않는 말이 있다면 '지역 감정'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솔직히 이 말의 실체를 실감하지는 못한다. 내가 직접 차별을 체험하지 못했을 뿐더러 경상도 지역을 가본 적도 없고, 경상도 사람을 만난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호남이 차별을 받았으며, 영남 사람들에 의해 무시당하며 살았다는 인식은 늘 함께 따라다니고 있는 것 같다.
주변 어른들의 이야기, 경제적으로 낙후된 전라도의 경제 현실, 그리고 정치적으로 경상도 출신이 오랫동안 집권해오면서 싹튼 소외의식 등이 직접 체험하지 않는 나에게 은연중에 스며든 것은 아닐까 생각된다.
그래서 영남 사람하면 이상하게도 조금은 거부감이 들었다. 한번도 보지 못한 영남 사람들에게 이런 감정이 있다는 것은 지독한 선입견이다. 역사 선생님께서는 이런 지역 감정의 문제는 역대 정치하는 사람들이 만든 산물이라고 했다. 역대 정치인들이 만든 좋지 못한 산물이 국민들을 세뇌시키고 우리나라를 동서로 갈라놓고 있는 현실이 너무 가슴 아프다.
우리 또래의 영남 학생들도 나처럼 호남 사람 하면 거부감이 들까. 그들도 우리들처럼 어떤 피해의식이나 가해 의식을 가지면서 살고 있는지 몹시 궁금했다. 이 궁금증이 밝은사회 국제클럽 한국본부에서 지난달 실시한 영렸3~ 화합 한마당 캠프라는 행사에 참가한 이유였다
영렸3~ 화합 한마당 캠프는 토요일 경주로 가서 월요일에 광주로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막상 떠나기 하루 전이되자 걱정이 앞섰다. 집 나가면 고생이라는데, 더구나 태어나서 한번도 가본 적이 없는 곳이라는 생각, 그리고 내 마음속에 은연중 남아있는 피해의식 등이 마음을 어지럽혔다.
하지만 약간의 두려움 속에 만난 내 또래의 영남 친구들. 그들은 호남인에 대한 대립 의식도, 차별 의식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냥 그들은 나와 똑같은 21세기 한국을 짊어지고 갈 공동 운명체의 친구들이었을 뿐이다. 기성 정치인들, 선배들이 만들어 놓은 지역 감정의 골이 허상이었음을 이번 캠프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난 요즘 영남 알리기의 전도사가 되어 있다.
누가 영.호남의 차별을 이야기할 때면 나는 열심히 영남에서 사귄 친구들의 이야기를 해 준다. "춘연아, 우리 평생 친구 하제이"하던 울산 친구의 말이 내 귓가에 맴돈다.
영.호남한마당 같은 행사가 더욱 많이 열리게 된다면 나와 같은 친구들도 많이 늘어 날 것 같다.
김춘연 광주 국제고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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