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있어야만 베푸나요?"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있어야만 베푸나요?"

입력
2000.12.20 00:00
0 0

19일 서울 강남지역 주요 거리에는 노점상들이 자취를 감췄다. 노점상들이 떵봉~, 붕어빵 둥 하루벌이를 포기하고 '집결'한 곳은 지하철 2호선 역삼역 LG빌딩앞 광장.노점상 100여명은 이틀전에 미리 절여둔 배추김치 600포기에 각종 양념으로 맛을 내 김장을 담궈 소년소녀 가장, 독거노인, 장애인등에게 전달됐다.행사를 기획한 전국민주노점상총연합 서초강남지부 주정민(朱正民.32)사무국장은 "세상에는 우리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도 많지 않느냐" 겨울에 거리에서 일을 하다보면 어려운 사람들 처지를 더 잘 이해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웃돕는 장애인, 여든 할머니. 미화원

경기악화등으로 불우이웃들을 돕는 손길이 크게 줄어든 가운데 '어려운 이웃을 돕는 어려운 사람들'의 이야기가 세찬 겨울바람을 녹이고 있다.

하루벌어 하루살기도 힘든 노점상뿐 아니라 몸이 불편한 장애인, 여든도 훨씬 넘은 할머니, 구청 환경미화원등이 자신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을 곳곳에서 돕고 있다.

태어날 때부터 왼손 다섯손가락이 없었던 이윤재(李潤在 53 장애3급)씨도 그 주인공 중의 하나. 이씨는 지난 10월 부터 도봉구 장애인협회 사무실에서 가정 형편이 어려워 과외를 받을 수 없는 학생 13명에게 수학을 무료료 가르치고 있다.

고학으로 대학까지 나와 학원강사로 일해 온 이씨는 지난해 일선에서 물러난 뒤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개별적으로 후원해왔다. 현재 매주 토,일요일 오후 6시에 열리는 주말강좌에는 전교에서 1,2등하는 학생들도 찾아올 정도로 인기다. 지난주부터는 이씨의 뜻에 동참, 한국신학대 장흥(張弘 56)교수가 영어를 함께 가르치고 있다.

이순애(李順愛 83 서울 성동구 옥수1동)할머니는 지난 1월부터 성동구 옥수복지관분소에 매일 출근, 독거 노인 및 결식 아동을 위한 무료급식 점심도시락 장만과 설거지를 하고있다.

옥수복지관분소 안에있는 노인정을 이용하다 도시락을 싸는 자원봉사자들의 모습을 보고는 이에 동참하게 된것 이 할머니는 "봉사에 나이가 무슨상관이냐"며 "몸을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계속 나오겠다"고 말했다.

▲환경미화원들의 '낙엽장학금'

송파구 소속 현장미화원들은 지난 1996년부터 낙엽을 모아 판 돈으로 '낙엽장학금'을 마련, 저소득 가정을 지원하고 있다. 환경미화원들은 올해에도 600여톤의 낙엽을 모았다. 아직 팔리지 않았지만 낙엽을 판 돈으로 600여만원을 받게되면 300만원은 경로당 노인들 점심비용으로 쓸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빈부격차 및 계층간 괴리감이 깊어지면서 불우이웃들을 돕는 사람들을 부자들 보다는 오히려 어려운 사람들인 경우가 많다"며 "유유상조(類類相助). 비슷한 처지의 어려운 사람끼리 돕는다)'에 머물지 말고 이웃돕기가 주변에서 보다 확산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