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주들의 반발과 여론의 화살을 감수하면서도 6개 부실은행에 대해 완전감자 조치를 내린 것은 기존 주주들에게 부실 책임을 엄중히 묻는 동시에 공적자금을 신속히 투입, 금융구조조정을 조기에 매듭짓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그러나 이번 조치로 인해 지금까지 부실은행에 출자됐던 공적자금 8조3,000억원은 휴지 조각이 돼 정부가 국민의 혈세(血稅)를 낭비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또 '공적자금 투입은행에 대한 감자는 없다'던 정부의 약속을 믿고 투자한 소액주주 및 외국인 주주들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보여 상당한 후유증이 우려된다.
이에 따라 2차로 투입될 7조원의 공적자금 관리와 회수에 대한 불신감도 커지고 있다. 여기에 은행 노조는 공적자금 투입에 따른 인력 감축에 대한 동의서를 제출하지 않고 있는데다 일부 은행은 22일부터 파업에 돌입키로 결정, 노ㆍ정(勞政)간 정면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휴지조각'된 국민의 돈
그동안 부실은행에 투입된 공적자금은 한빛 3조2,000여억원, 서울 4조8,000여억원, 평화 2,200억원(우선주 방식). 완전감자로 공적자금 마저 공중에 날리게 된 것은 정부가 부실은행의 경영정상화에 실패했음을 자인한 것과 다름없으며, 앞으로 투입될 7조원 규모의 공적자금도 모두 휴지조각이 되는게 아니냐는 우려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정부는 은행 경영이 정상화하면 원금을 회수할 수 있다고 주장하나, 1ㆍ2차 공적자금 투입액(15조원 이상)을 모두 회수하려면 적어도 열배 이상 주가가 올라야 하기 때문에 실현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소액주주의 피해 심각
정부가 완전감자를 결정하기까지 가장 고심했던 부분은 근로자 주주가 대부분인 평화은행과 광주ㆍ경남은행 등 지역주민이 자본금 형성에 크게 기여한 은행들. 소액주주 지분에 대해서는 차등소각을 하자는 견해도 있었지만 정부는 '주주간 형평' 원칙에 따라 완전감자 조치를 하게 됐다.
따라서 은행을 살리려고 퇴직금을 중간 정산받아 출자한 은행원들, 애향심으로 증자에 참여한 지역 주민들, 국가 신인도를 믿고 투자한 외국인 주주들까지 예외 없이 막대한 재산손실을 입게 됐다.
여기에 9월말 현재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각각 4%, 7%대로 공시한 한빛과 서울은행의 경우 불과 2개월만에 자본 전액잠식(BIS비율이 0 또는 마이너스)으로 완전감자 조치를 받게 돼 공시내용을 믿고 투자한 소액 주주들의 피해는 더욱 커졌다.
때문에 소액주주들이 공시의 허구성을 따지고들 가능성도 적지 않다.
▲외국인 주주 소송 가능성
작년에 발행된 10억달러 규모의 한빛은행 해외 주식예탁증서(DR)를 주당 6,500원에 산 외국인 투자자들도 국내 주주와 똑같이 주식매수청구권만 받게 된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 지분도 완전 감자하는 마당에 해외투자자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를 믿고 투자한 해외 주주들의 국제소송은 불가피할 전망이며 국가의 대외 신인도 추락도 우려된다.
정부는 부채가 자산을 초과하는 부실은행들을 완전감자외에 다른 방법으로 처리하기 힘들었던 고민도 있었겠지만,수차례 말을 바꿔 주주들의 판단을 흐리게 하고 천문학적인 국민의 혈세를 날렸으며 국제신뢰도까지 상실하게 도니 결과에 대해 입이 열개라도 할말이 없다.
남대희기자
dh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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