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성형외과에는 방학을 맞은 여대생과 직장 여성들의 상담이 줄을 잇고 있다. 젊은 여성들이 가장 원하는 성형수술은 일반인의 예상과는 달리 '지방흡입술'이다. '못 생긴 것은 참아도 뚱뚱한 것은 참을 수 없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듯이 젊은 여성들의 몸매에 대한 집착은 거의 광적이다.서울 G성형외과가 최근 상담 결과를 분석한 자료에서도 여대생들이 가장 원하는 수술은 지방흡입술(24.6%)로 나타났다(코 높이기 23.1%, 쌍꺼풀 20%).
젊은 여성들은 대개 '날씬한' 정도를 아름다운 몸매의 기준으로 삼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신체의 각 부위가 조화를 이루어 균형이 잡힌 체형을 '아름다운 몸매'라고 정의한다. 몸의 곡선이 자연스럽게 연결돼 나름대로의 스타일에 어울려야 한다는 것이다.
아름다운 체형을 가꾸려면 적절한 운동과 다이어트, 올바른 생활습관 등이 중요하다. 하지만 개인마다 타고난 체형이 달라서 아랫배나 허벅지, 종아리, 팔 등 특정 부위에 지방이 축적된 경우(부분 비만)엔 운동이나 다이어트로 효과를 보기 힘들다.
실제로 여성들이 기성복을 구입할 때 옷의 크기를 허리에 맞추면 엉덩이나 허벅지가 작고 엉덩이나 허벅지에 맞추면 허리가 크다든지, 상의와 하의의 크기가 서로 다른 옷을 사야 몸에 맞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이 때 지방흡입술로 특정 부위의 지방조직을 제거해 주면 균형 잡힌 체형을 가질 수 있다. 수술 후 지방 세포의 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그 부위에 다시 살이 찔 염려가 거의 없다.
기존의 지방흡입술은 진공으로 지방조직을 빨아들이며 흡입관에 달린 날카로운 칼로 긁어낸다. 그런데 지방조직을 빨아들여 제거하는 과정에서 작은 혈관이나 신경조직도 같이 잘려 나가 피가 많이 나고 통증이 심하다. 또 지방이 제거된 부위와 남아 있는 부위의 경계가 뚜렷하게 구분돼 피부 표면이 울퉁불퉁해지기 쉽다.
출혈 때문에 한 번에 2,000~2,500cc 이상의 지방을 흡입하기가 어렵고 수혈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드물지만 '지방색전증'이라는 치명적인 합병증이 생기면 대부분의 환자가 사망한다. 미국의 통계를 보면 10만 명 당 12명 정도가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통계는 아직 없지만, 미국보다 두세 배 정도 사망자가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도입된 초음파 지방흡입기는 지방세포만 제거하고 주변 조직에는 손상을 주지 않는다. 원리는 이렇다. 지방세포는 마치 물이 들어있는 풍선처럼 액체 상태의 지방성분으로 채워져 있다. 초음파를 이용해 지방세포에 강한 진동을 주면 세포가 터져 지방이 흘러나온다.
초음파 지방흡입술은 이렇게 흘러나온 지방만 선택적으로 흡입하기 때문에 출혈이 거의 없고 부작용이 적다. 수혈할 필요도 없다. 또 지방이 많은 부위와 그 주변까지 균일하게 녹여내므로 피부가 울퉁불퉁해지는 부작용도 생기지 않는다. 기존의 재래식 지방흡입술로는 좋은 효과를 얻기 어려웠던 허리와 엉덩이, 허벅지 뒤쪽과 같이 단단한 지방조직도 쉽게 제거할 수 있다. 화상이나 장액종(물이 고이는 것) 등 가벼운 부작용은 생길 수 있다.
지방흡입술을 받으려면 시술 경험이 풍부하고 최신 기종을 갖춘 성형외과를 고르는 게 좋다. 10년 전 개발된 초음파기는 효과가 떨어지고 화상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반면
최근 미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제 3세대 초음파 지방흡입기는 효과가 우수하고 화상 등의 부작용이 없으며 지방을 녹임과 동시에 흡입하기 때문에 수술시간도 단축된다. 따라서 FDA의 공인을 받은 신형 기종을 갖추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일부 성형외과에선 아직 효과나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고주파 지방흡입기를 사용한 수술을 무분별하게 시술하고 있어 주의해야 한다.
비용은 부분에 따라 200만~500만 원선. 턱밑이나 볼 등 얼굴 부분은 200만 원, 팔이나 종아리는 300만 원, 복부(허리 포함) 450만 원, 허벅지 450만 원 정도. 팔과 종아리를 같이 시술할 경우엔 500만 원, 복부와 허벅지를 같이 하면 700만~750만 원 정도로 약간 할인된 가격을 적용한다. 거대 유방의 경우 탄력이 뛰어나고 심하게 처지지 않은 경우라면 초음파 수술로 교정이 가능하다. 비용은 제거해야 할 지방의 양에 따라 300만~400만 원선이다. <도움말:박인호 인화성형외과 원장>도움말:박인호>
■시술 방법과 수술 후 관리
많은 여성들이 우려하는 것 중 하나가 수술 흔적이다. 하지만 지방흡입 튜브를 삽입하기 위해 절개하는 부위는 4~7㎜ 정도에 불과하다. 더욱이 겨드랑이, 엉덩이 밑 주름살, 사타구니 등을 절개하기 때문에 수술 흔적이 눈에 띄지 않는다. 국내에선 전신마취나 척수마취를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외국의 유명 의사들은 가능하면 신체에 부담이 적고 안전한 정맥 내 마취나 국소마취를 선호한다. 국내 일부 성형외과에서도 정맥 내 마취법이 사용되고 있다.
초음파 지방흡입술은 출혈과 통증이 거의 없고 회복이 빠르기 때문에 대량의 지방을 흡입한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수술 2~3일 후부터 세수나 샤워 등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시술 직후부터 수술 부위를 고르게 눌러주는 압박복을 평균 2개월(1~3개월) 정도 착용해야 한다.
압박복은 지방이 빠져나간 부위에 공간이 생기는 것을 막아주며 부기를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통기성이 좋고 얇으면서 탄력이 뛰어난 재질이어서 마치 여성용 스타킹을 두세 장 겹친 느낌이다. 체형 보정용 거들에 비해 훨씬 얇고 부드럽기 때문에 불편하진 않다.
수술 후 지방이 고르게 분포되고 부기가 가라앉도록 마사지 등 체계적인 관리를 받는 것도 중요하다. 대개 혈액이나 림프액의 순환이 좋은 복부나 엉덩이, 허벅지 등 몸통에 가까운 부위는 필요가 없지만, 팔이나 허벅지에서 다량의 지방을 흡입했거나 종아리와 같이 순환이 좋지 않고 부기가 잘 빠지지 않는 부위는 적극적인 관리 프로그램이 큰 영향을 미친다.
고재학 기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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