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결정이 저녁이면 뒤바뀐다는 뜻의 조령모개(朝令暮改). 요즘 이를 빗댄 '이령진개(李令陳改)'란 신조어가 등장했다. 전임 이헌재(李憲宰) 경제팀과 현 진념(陳稔) 경제팀의 말이 달라지는 경우가 너무 많아서 나온 얘기다.계약자 몫 배분을 전제로 방식을 찾다가 갑자기 '없던 일'이 된 생보사 상장, '필요없다'에서 한달만에 '40조원'으로 늘어난 공적자금 조성..
8월 경제팀 교체후 방침이 손바닥처럼 뒤집어진 예는 한두개가 아니지만 하이라이트는 역시 18일 금융감독위원회가 한빛ㆍ평화 등 6개 부실은행에 내린 완전감자 명령이다.
자본금이 전부 잠식돼 가치가 마이너스가 됐으니 기존 주식의 전량 소각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금감위의 설명이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불과 몇 달전 전임 경제팀의 발언을 생생히 기억한다. 이헌재 전 장관은 3월 "공적자금을 투입했던 은행(한빛)에 감자는 불가능하다"고 말했고, 당국자들은 이후에도 "감자없이 후순위채 방식으로 지원할 수 있다"며 해당은행 주가부양을 위한 투자유도성 언급을 서슴지 않았다.
결국 이 말에 주식을 샀던 수많은 '개미'들 손에는 지금 휴지조각만이 남게 됐다. "정부 말 믿으면 손해"란 시장의 불문률은 이번에도 확인된 셈이다.
상황이 변하면 정책은 달라질 수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정부의 감자 번복은 시장에 '불성실 정보'를 제공하고, 재산손실까지 안겨준 '도덕적 배임행위'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경제팀이 바뀌어도 정부는 하나다. 재임중 발언이 재임중으로만 끝나는 풍토, 전임자의 발언에 후임자가 구속력을 느끼지않는 관료사회가 시장신뢰를 얘기하는 것은 말 그대로 연목구어다.
이성철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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