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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철훈 시집 '살고싶은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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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철훈 시집 '살고싶은 아침'

입력
2000.1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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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도 모스끄바도 평양도 서울도/ 정말 거짓말처럼 닮아'('옷걸이가 닮았네'에서) 버린 시대에 정철훈(41ㆍ사진)씨는 그 거짓말 같은 세월을 '역사가 없네'라고 노래한다.정씨의 첫 시집 '살고 싶은 아침'(창작과비평사 발행)은 이미 우리 문학에서도 환멸이 되어버린 80년대적 의식을 아직도 간직하고 쓴 시들의 모음이다.

'도시는 음란한 꿈이요, 음란한 교환가치'이며 '부유(浮遊)하는 것은 역사가 아닌데'('역사가 없네'에서)라는 것이 그의 의식이기 때문이다. 정씨가 등단 4년만에 낸 이 첫 시집에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역사의 본질적 문제를 붙들고 고뇌하는 젊음의 모습이 있다.

그 근저에는 시인의 비극적인 가족사 - 큰아버지의 월북과 소련 망명, 그 형님을 한국통신의 화상회의 시스템으로나 만나려다 결국 그마저 이루지 못하는 자신의 아버지를 지켜본 시인의 체험이 숨어있다.

'사진만 올려놓고 큰절 세번을 올린다/ 아무도 큰아버지의 얼굴을 정면으로 보지 않는다/북녘 사진사가 찍었을 한 장의 사진/그쯤에서 시간은 멈춰져 있었다'('북에서 온 사진'에서)는 그의 시에 이산의 아픔이 남북화해의 시대에도 엄존함을 보여준다.

정씨는 "내 혈육은 남과 북, 그리고 중앙아의 어두운 거리에서 무엇을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을까. 나의 시들을 쓴 주체는 내가 아니라 이 땅의 모든 헤어진 사람들"이라며 "그들이 서로 얼굴을 맞대고 누워 두런두런 옛 이야기를 나눌 '아름다운 혁명'은 언제인가"라고 되물었다.

하종오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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