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은행 減資 없다더니…"이게 웬 날벼락"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은행 減資 없다더니…"이게 웬 날벼락"

입력
2000.12.19 00:00
0 0

"'감자(減資)는 없다'던 정부 말만 믿고 우리사주를 샀는데 이게 뭐냐." "회사의 읍소에 못이겨 대출까지 받아 증자에 참여했는데 이제 와서 완전감자라니.."18일 주식시장이 개장되기도 전인 오전 8시30분. 한빛, 서울, 평화, 광주, 경남, 제주 6개 부실은행에 대해 완전감자를 한다는 정부발표에 해당 은행 임직원들은 날벼락을 맞은 듯한 충격에 빠져들었다. 휴일인 전날 언론 보도를 통해 정부방침이 일부 흘러나왔지만 '그래도 혹시나'하는 기대감을 갖고 있던 터였다.

특히 한빛은행 직원들은 올해 5월부터 '쓰러져가는 은행을 살리자'며 '우리사주 갖기운동'을 벌여와 '배신감'이 더욱 큰 상태. 자사주 1,000여주를 갖고 있다는 본점의 P차장은 "그나마 일부 손실을 감수하고 상당수 주식을 처분했기 망정이지 재산을 모두 날려버릴 뻔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10여년 전 구(舊)상업은행 입사 때 주당 1만5,000원에 1,000주를 매입했다가 낭패를 당하게 된 J대리는 "은행주가 한창 각광을 받던 당시에 매입했던 주식을 지금까지 보유하고 있다가 피해를 본 직원들이 한둘이 아니다"라고 허탈해 했다.

다른 은행원들의 처지도 나을 것이 없다. 평화은행 임직원 1,200여명은 불과 1년전인 지난해 말 액면가(5,000원)로 50억원 증자에 참여했고, 경남ㆍ광주ㆍ제주은행 직원들도 1인당 평균 1,000주 이상의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다.

그래도 은행원들이야 어찌보면 당사자. 하지만 지역은행 발전을 명목으로 유상증자에 참여했던 주민들이나 거래업체, 소액주주들의 상실감은 더욱 크다. 이들은 하나같이 "'공적자금 투입은행에 추가감자는 없다'는 정부 말을 그대로 믿었다가 고스란히 깡통을 차게 됐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제주도민들은 지난해 3월 도민주 공모방식으로 실시한 제주은행의 유상증자에 액면가로 참여해 30%의 지분을 갖고 있으며, 경남은행도 98년과 99년 두차례 유상증자 때마다 지자체, 상공회의소 등이 앞장서 지역 상공인들의 참여를 유도했었다.

경남은행의 한 거래업체 사장은 "대출까지 받아 증자에 참여했는데, 결국 주식은 휴지조각이 되고 대출금만 남았다"며 "정부가 수시로 말을 바꿔가며 투자자들을 우롱한 이 경우엔 어디서 보상받아야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