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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포컷, / 북한군 '빨치산식 겨울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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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포컷, / 북한군 '빨치산식 겨울나기'

입력
2000.1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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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군인들은 겨울을 몹시 싫어한다. 우리에 비해 겨울이 길고 혹독한데다 식량난까지 겹쳐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산에서 숙식하며 땔나무를 구하고, 밤에 민가에 들어가 식량을 훔치기도 하는 등 '빨치산 식 겨울나기'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북한군은 다소 이르다 싶을 정도인 10월1일부터 월동준비에 들어가 11월15일께야 끝난다.

월동준비 가운데 가장 먼저 시작되는 것은 동계 피복지급. 10월초면 방한모와 솜동복, 솜외투 등이 개별적으로 지급되는데 다음해 4월말까지 입게 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월동준비는 난방용 등으로 사용할 땔감을 준비하는 것.

땔감준비는 중대별로 20일간 실시된다. 전 중대원이 나서 군 산림경영소가 지정해 준 산에서 준비를 하는데 이 동안에는 산에서 숙식까지 하면서 땔감 채취에 열을 올린다. 땔감을 얼마나 마련하느냐가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는가에 대한 관건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는 김장. 10월이나 11월 중 약 1주일 정도 하는데 각 부대 책임자가 군관 가족과 병력을 동원, 현지 구매하거나 자체 영농으로 생산한 배추와 무를 이용해 김장을 담근다. 김장이라고 해야 소금에 절인 배추나 무를 약간의 고추가루에 버무리는 수준이어서 재료구매 대책이 주된 일이고, 김치를 만드는 작업은 의외로 '간단 명료'하다.

시설보수도 뒤따르는데 온돌이나 화구 굴뚝 방열판 등을 주로 보수하고 창문이나 출입문 등은 볏짚이나 비닐 등으로 덧씌워 바람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한다. 그래도 겨울동안 날씨가 추워 동상에 걸리는 병사가 많아 동상 연고도 개인별로 지급된다.

연료가 부족하기 때문에 따뜻한 물로 세수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 찬물로 세수를 한다. 목욕탕은 중대당 1개소씩 배정돼 있다. 이 곳에서는 대형 가마솥에 땔나무로 물을 끓여 사용한다. 목욕은 주 1회 실시하도록 규정돼 있으나 이를 지키는 부대는 거의 없고 대개 한 달에 한번 정도씩 순서가 돌아온다고 한다.

목욕과 세탁을 자주 못하는데다 소독약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대부분 병사들의 몸에 '이'가 있기 때문에 이약 주머니가 지급된다. 북한군 내에서는 이를 통상 '땅크'라고 부르는데 이약 주머니는 위 아래 속 옷에 하나씩 차고 생활을 한다. 마치 1970년대 우리 군의 모습과 흡사하다고 할 수 있다.

하전사 출신의 한 탈북자는 "70년대 말까지만 해도 군인들에게는 하루 주식 800g, 부식 1㎏, 육류 80g, 기름 20g 등 3,200∼3,500cal의 영양공급이 가능했지만 요즘은 반찬이라고 해야 소금에 절인 김치 정도"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은 밤이면 민가에서 돼지나 식량을 훔치쳐 궁핍한 군 살림에 보태기도 하지만 영양실조에 걸리는 군인이 적잖이 생기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황양준기자

naig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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