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가 나치스의 점령에서 해방된 지 얼마 안 된 1944년 12월18일 프랑스의 대표적 일간 신문 르몽드가 창간됐다. 르몽드는 프랑스어로 '세계'라는 뜻이다. 이 신문의 창간자는 위베르 뵈브메리다. 뵈브메리는 1861년에 창간돼 1942년에 폐간된 프랑스의 최고급 일간지 르탕의 편집국장으로 일했었다.실상 르몽드는 그 논조에서나 편집 체제에서나 인적 구성에서나 부분적으로 르탕의 후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드골이 이끄는 새 정부는 독일 점령기에 다소라도 협력의 논조를 보였던 신문들이 동일한 제호로 복간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으므로, 뵈브메리는 새로운 제호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르몽드의 창간을 주도한 기자들은 뵈브메리를 비롯해서 점령기에 독일에 협력하지 않았던 사람들이다.
르몽드는 50만 부가 채 못 되는 발행 부수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신문일 뿐만 아니라,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권위지로 평가된다. 특히 이 신문의 국제면과 문화면은 유럽만이 아니라 세계의 여론이 세심히 반응하는 참조틀이 되고 있다.
발행부수가 더 큰 다른 신문을 물리치고 르몽드가 프랑스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신문이 된 것은 이 신문의 독자들이 지식인 정치인 등 이른바 여론 주도층이기 때문이다. 지하철에서 르몽드를 읽는 것은 자신이 지식인이라는 티를 내는 손쉬운 전술이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다.
이데올로기 지형 안에 르몽드를 굳이 집어 넣자면 온건 좌파라고 할 만하다. 이 신문은 프랑스의 나토 가입이나 인도차이나 전쟁, 알제리 전쟁 등에 반대하는 입장을 취한 바 있다.
이 신문의 자매지인 월간 신문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매달 20만 부 정도가 팔려나가는데, 르몽드보다 더 고급스럽고 더 선명한 좌파적 입장, 특히 제3세계주의를 취한다. 고종석
고종석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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