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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경기부양책 쓸데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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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경기부양책 쓸데 아니다

입력
2000.1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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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의 골이 매우 깊다. 그래서 경기 부양책이라도 써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과연 경기 부양책이 지금 필요한가를 알아보려면 경제현황을 짚어봐야 한다.우선 개개인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민심이 흉흉할 정도로 나쁘다. 기업들은 부도위기에 쫓기고 금융은 막혀있고 실업은 늘고 있으며 물건은 안 팔리고 주가(株價)는 폭락해 있다.

그러나 경제 전체로 보는 실물경제는 전반적으로 양호하다. 올해 경제성장률 9%, 물가 3%, 경상수지 100억 달러 흑자 등은 경제우등생 수준이며 내년에 예상되는 5% 성장, 3~ 4% 물가, 50 ~ 70억 달러의 경상흑자 등 경제상황도 그렇게 나쁜 것이 아니다.

그러면 체감경기와 실물경제가 왜 이처럼 다른가. 이것은 구조조정에 따른 창조적 파괴 때문이다. 구조조정이란 고임금ㆍ무한개방ㆍ디지털 시대 등 새로운 생존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변신노력이다.

경쟁력 없는 기업은 도태되고 과잉시설은 퇴출되며 과잉인력은 감축된다. 이러한 구조조정은 전체 경제에는 체질개선과 성장촉진으로 나타나지만 개개인에게는 구매력의 감소와 실업사태 등으로 고통을 주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불황은 경제재생(經濟再生)을 위한 구조조정과정에서 나오는 사회적 비용(費用), 즉 도산 기업의 부채, 금융기관의 부실, 그리고 실업의 고통 등을 국민 개개인이 부담하는 데서 오는 어쩔 수 없는 결과이다.

예컨대 현재 위기의 직접적인 도화선은 대우사태라 하겠는데 IMF 사태 때의 기아(起亞)가 10조원의 빚을 남긴데 비해 100조원의 빚을 남겼다. 이 가운데 약 60조원은 국민들이 떠 안을 수밖에 없는 순 부채이며 이것은 1인당 150만원에 해당하는 것이니 이런 부담이 체감경기에 영향을 미친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 부양책을 쓸 수는 없다. 경기 부양책은 실물경제의 회생을 위해서 필요한 것이지 지금처럼 실물경제는 좋은데 부실요인의 국민부담 때문에 생기는 고통을 치유하는 데는 맞지 않다.

오히려 국제수지를 악화시키고 재정적자를 크게 하여 구조조정을 저해할 우려가 크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첫째 구조조정을 조속히 마무리하는 길 뿐이다. 어려움이 있더라도 내년까지는 구조조정의 큰 틀은 끝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국민들은 내년 한 해 동안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응분의 고통을 감내할 합의를 다져야 한다. 정부의 거시정책은 성장이나 고용보다도 국제수지와 물가에 중심을 두어야 할 것이다.

둘째 경기대책은 구조조정에 따르는 고통과 부장용을 완화하는데 초점을 맞추어 한다.

기업자금의 막힘을 풀어서 흑자 도산부터 막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적자금을 조속히 그리고 충분히 넣어서 금융신용부터 회생시켜야 한다.

재정은 건전 재정으로 중립을 유지하고 그 대신 금융이 확대돼야 한다. 통화를 여유있게 공급하여 저금리를 유지하고 회사채보증을 과감히 늘리는 조치를 해서 기업자금의 숨통을 열어 주어야 한다. 실업자에 대해서는 별도의 생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 실물대책에 있어서는 신도시 건설보다도 재개발과 재건축을 대대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특히 대도시의 단독주택가는 어차피 재개발해야 하는 지역이므로 전국적으로 재개발과 재건축에 대해 내년까지 한시적으로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고 각종 조세공과를 감면하는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내년 예산의 조기집행 등 조정노력도 필요할 것이다.

끝으로 현재의 고통은 한 두 해만 견디고 이겨내면 우리 경제는 한 단계 높아진다는 확고한 희망을 가져야 한다. 지난 날 우리는 이와 같은 어려움을 수 없이 겪고 이겨내면서 오늘까지 커 오지 않았는가. 국력의 결집이 중요하다. 시민적 리더십을 형성하는데 있어서 특히 정치권과 노동조합 그리고 언론의 역할이 중요한 때이다.

박 승 중앙대 교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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