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가 허정무감독을 퇴진시키고 외국인 감독을 영입한 것은 여론때문이었다고 할 수 있다.그런 만큼 한국축구는 이 문제를 다시 평가하고, 또 앞으로 외국인 감독 활용에 대해 심각히 고민할 필요가 있다.
시드니 올림픽에서 한국이 거둔 2승은 지금까지 한국축구가 52년간 올림픽에서 거둔 승리수와 같다.
또 올 아시안컵 3위의 성적도 86년 아시안게임 우승이후 한국이 월드컵 최종예선을 제외한 아시아권 대회에서 한 번도 우승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냉정하게 평가해 그리 나쁜 것은 아니다.
따라서 허감독의 퇴진은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대표팀에 대한 기대감이 컸기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허감독에 대한 비난여론이 일기 시작한 것은 시드니올림픽 스페인과의 첫 경기서 홍명보의 부상으로 0_3으로 패한 뒤부터이지만 올림픽이 끝난 뒤에도 대한축구협회는 '허감독체제 고수'를 선언했다.
그러나 아시안컵 쿠웨이트와의 첫 경기서 0_1로 패한 뒤 '외국인 감독 영입'은 대세가 되었다. 특히 그 이면에는 트루시에 감독을 앞세워 시드니올림픽 8강과 아시안컵 우승을 이룬 일본과의 비교가 더욱 작용했다.
협회는 세계 최고의 감독을 영입한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에메 자케(프랑스)와 거스 히딩크(네덜란드)감독과 접촉, 히딩크감독의 승낙을 받아냈다.
이 과정에서 축구계가 얻은 실익은 크다. 우선 올림픽과 아시안컵에서의 부진은 축구에 대한 관심을 기대이상으로 불러 일으킨 계기가 됐다.
정부가 나서 월드컵 대책회의를 주재했고 대표팀의 전용 트레이닝센터설립 등 많은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결국 허정무 감독의 퇴진은 개인적으로는 희생(?)이었지만 한국축구 전체로는 이익이 됐다.
이런 만큼 한국축구계는 외국인 감독 활용에 대해 적극 노력해야 한다. 특히 한국축구계와 팬들은 월드컵이 끝날때까지 전적으로 히딩크감독에게 신뢰를 보내야 한다.
대표팀을 떠난 뒤 "사실 2002년 월드컵의 세대교체를 위해 올림픽 대표팀만으로 아시안컵에 출전하고 싶었으나 한 경기의 결과에 따른 여론의 반향 때문에 소신대로 할 수 없었던 측면도 있다"고 한 허정무 감독의 고백은 충분히 교훈삼을만 하다.
만약 대표팀이 한번에 크게 달라진다고 기대한다면, 그래서 히딩크감독도 한 경기, 한 경기 결과에 따라 여론에 흔들린다면 대표팀을 운영하는데 차질이 생길수 있기때문이다.
유승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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