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IMT-2000 사업자 선정 결과가 발표됨에 따라 통신시장 전반에 엄청난 지각 변동이 일 전망이다. 정부의 통신산업 정책도 재검토가 불가피해졌다.동기식 사업자를 내지 못한 채 비동기 부문에서 1,2위 기간통신사업자가 나란히 사업권을 따냄으로써 국내 통신시장은 SK텔레콤과 한국통신의 '2강(强) 체제'로 접어들게 됐다.
SK텔레콤은 특히 최고점으로 사업권을 획득, 국내 무선통신 시장의 최강자 자리를 굳히고 일본 NTT도코모의 투자유치를 비롯한 글로벌화 전략 추진에도 비상의 날개를 달았다.
한국통신도 취약한 무선 분야에서 도약의 발판을 마련, 유ㆍ무선 종합통신사업자로서 내실을 다지게 됐다. 2002년 상반기를 목표로 한 민영화 작업도 순조롭게 진행될 전망이다.
결국 국내 통신시장이 사실상 과거의 독과점 체제로 되돌아가게 되는 셈이다.
정부는 그동안 경쟁 활성화를 통해 통신시장의 자생력을 높이는데 주력했다. 그러나 SK텔레콤의 신세기통신 인수, 한국통신의 한솔엠닷컴 인수로 이동전화 시장이 재편되고 '통신 3인방'의 한 축이었던 LG가 존폐의 기로에 놓여 정책 기조가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더욱이 LG가 통신사업을 접을 경우 SK와 한국통신의 시장 지배력은 한층 공고해진다.
내년 동기식 사업자가 선정돼도 기존 이동전화 시장의 86%를 점유한 비동기 사업자들을 따라잡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동기식은 글로벌 로밍 등 여러모로 경쟁력이 떨어지고 공동망을 쓰는 비동기 사업자와 달리 전국망을 독자 구축해야 해 투자비 부담도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산업의 균형적 발전을 위해서는 동기-비동기 복수표준을 채택해야 한다"면서 비난을 무릅쓰고 사업자 선정 정책을 수차례 바꿨던 정부는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됐다.
그러나 안병엽(安炳燁) 정보통신부 장관은 "동기식이 전혀 경쟁력이 없는 것처럼 비쳐져 유감스럽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 동기식 육성을 위한 뚜렷한 정책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이번 선정 결과로 통신장비 업체들도 큰 혼란에 빠졌다.
비동기 기술 개발에 주력해온 LG전자는 자사가 대주주로 참여한 LG글로콤이 동기식 사업권을 딸 경우 동기식에도 상당한 비중을 둘 수 밖에 없다. 이 경우 역량이 분산돼 국내 시장에서의 삼성전자 따라잡기는 물론, 해외 시장 진출 전략에도 차질을 빚게 된다.
동기식 개발에 역량을 집중했던 삼성전자도 침통한 분위기다. 최근 들어 비동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해외 업체는 물론, LG전자에 비해서도 개발 속도가 한참 뒤처져 있다.
더욱이 비동기 개발에서 우리보다 1~2년 앞선 에릭슨 노키아 등 세계적 통신장비 업체들이 한국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어 자칫하면 이들에 안방을 통째로 내줄 수도 있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서비스때 실생활에 미치는 영향
한국통신과 SK텔레콤 등 IMT-2000 사업자가 서비스하는 차세대 이동통신은 현재 음성통화와 문자위주의 무선인터넷 이용에 만족하던 일반 소비자들의 생활 모습을 크게 바꾸게 된다.
IMT-2000은 기술적인 면에서 현재의 2세대 이동통신과 비교해 주파수와 전송속도, 대역폭 등에서 몇단계 진보한 서비스.
따라서 일반 소비자들은 주문형비디오(VOD)를 통한 영화감상, 사이버 원격교육 등 멀티미디어 서비스와 함께 원격영상 의료서비스, FM음질의 음성정보 서비스, 위성을 통한 위치정보서비스 등을 단말기 한 대로 이용할 수 있다. 특히 자신의 단말기로 전세계 어디서든 통화할 수 있는 '글로벌 로밍'서비스도 가능하다.
현재 문자전송 위주였던 무선인터넷 검색 환경도 획기적으로 바뀐다. 웹브라우저 형태의 검색기구를 이용해 영상과 음성 등 다양한 컨텐츠를 찾아 즐길 수 있고 인터넷 쇼핑과 무선 전자결제도 가능하다. 데이터 전송속도도 현재 최고 56Kbps에서도 2Mbps로 4배 가까이 늘어난다.
하지만 IMT-2000 서비스를 일반 소비자가 부담없는 가격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서비스가 시작되는 2002년 6월 이후에도 상당기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서비스가 시작된 2.5세대 IS-95c 단말기 가격도 50만원대로 기존 휴대전화보다 부담스럽다는 지적을 받고있는데 IMT-2000 단말기의 경우 영상서비스를 구현하려면 컬러 액정 등이 필요해 가격이 더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실제 기존 액정표시장치(LCD)대신 컬러보급형(STN)LCD나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LCD) 등을 장착할 경우 대당 가격이 최소 60만원 이상이 된다.
이상연기자 kubrick@hk.co.kr
■선정에 문제점 없나
IMT-2000 사업자 선정에서 후보들의 운명을 가른 것은 '관련 기술개발 실적과 능력'으로 나타났다. 특히 비동기 기술력에서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받았던 LG가 이 항목에서 큰 점수차로 최하점을 받아 심사의 공정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SK IMT는 전 부문에서 고른 득점을 보여 총점 84.018점으로 1위를 차지했고, 특히 100점 만점에 35점이 배정된 '기술개발 실적과 능력'에서 가장 높은 30.733점을 받았다.
한국통신IMT도 이 부문에서 29.950점을 받아 총 81.860점으로 LG글로콤을 1점 차로 따돌렸다.
LG는 '서비스 제공계획 타당성과 설비 규모 적정성'(35점)에서는 한통IMT를 0.379점 앞섰으나 '기술개발 실적과 능력'에서 1.306점 뒤져 총점 80.880점으로 탈락의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
LG는 이에 대해 "국내 최고의 비동기 기술을 확보한 LG전자가 대주주로 참여, 기술력에서 가장 앞선 LG가 기술 평가에서 뒤진 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이날 기자회견에 배석한 기술평가 심사위원들이 이같은 배점 결과에 대해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하지 하지 못한데다 위원들 간에 의견이 엇갈려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곽경섭 인하대교수는 "타 사업자는 6년치 기술실적을 제출한 반면, LG는 3년치 실적만 냈다"며 "계획서만 보고 평가했기 때문에 실적 건수에서 차이가 난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문송천 한국과학기술원 교수는 "(평가 대상이) 3년치, 6년치로 다르다는 것은 근거없는 말"이라면서 "LG는 주요 시스템의 성능 향상 목표치를 제시하지 않았고 장애시 대책, 기존 인프라 재활용 등에서도 상대적으로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결국 평가 결과가 실제 사업과 기술 능력보다는 사업계획서를 얼마나 잘 작성했느냐에 좌우됐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심사제도 자체의 문제점을 그대로 드러냈다.
이와 함께 '통신서비스 제공 전문성' '기존 인프라 재활용' 등에서도 LG가 낮은 점수를 받아 기존 이동전화시장에서의 열세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관심을 모았던 컨소시엄 관련 항목에서는 사업자별 점수차가 소수점 이하 1,2자리에 그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한편 한국IMT-2000의 경우 컨소시엄을 해체했다가 뒤늦게 사업에 뛰어드는 바람에 사업계획서 준비가 부실해 모든 항목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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