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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 '풀뿌리'살리는 모범지자체장들-김성기 청장,김두관 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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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 '풀뿌리'살리는 모범지자체장들-김성기 청장,김두관 군수

입력
2000.1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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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년 지방의회, 95년 단체장 선거로 지방자치제도를 시작한 지 9년째. 최근 단체장의 인사전횡, 선심행정, 부패세력과의 결탁 등 지자체의 비리가 급증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급기야 행정자치부는 임명직으로의 전환을 검토하기까지 한 것으로 15일 알려졌다. 판공비를 아껴 반납한 대전 중구청장과 시민단체가 뽑은 공무원상을 받았던 남해군수가 만나 풀뿌리 민주주의의 문제점과 해결법을 이야기했다.

● 김성기 중구 청장

1936년 충남 부여 출생. 충남대 법학과 2학년 때 중퇴하고 59년 대전 중구 선화동 동사무소 임시직 공무원으로 시작, 대전시 총무과장 교통관광국장 등을 역임했고 94~95년 임명직 중구청장을 지냈다.

98년 대전 중구청장에 당선됐고 모범적인 예산운용으로 행자부로부터 99년 절약행정 우수기관 표창, 올해 재정운영 우수기관 표창을 받았다.

● 김두관 남해 군수

1959년 경남 남해 출생. 87년 동아대 정외과를 졸업하고 그 해 남해농민회 사무국장, 89년 고현면 이어리 이장이면서 남해신문을 창간해 지역운동을 해왔다.

95년 전국 최연소(36세)로 남해군수에 당선됐고 98년 재선됐다. 96년 시민운동가 출신 자치단체장 모임인 '머슴골' 발족에 주도적으로 참여했고, 98년 환경운동연합 녹색공무원상 등을 받았다.

-김구청장께서는 최근 판공비 7,300만원을 반납해 화제가 됐는데요.

▦김성기= 지난해에도 3,500만원을 반납했는데 그때는 조용하더니.(웃음) 이번에는 신문에 보도돼서 참 당혹스러웠습니다. 그저 '1원도 구민 주머니에서 나온다'는 생각으로 절약한 것뿐인데요 뭐. 요즘 우리 구 사정이 나쁩니다.

1원도 구민 주머니에서 나온다

1년동안 법원 등 관공서 34개가 한꺼번에 둔산으로 이주하는 바람에 도심 전체가 공동화 현상을 빚어 장사가 안돼 세금도 못내는 건물주도 허다하거든요. 제가 구민들과 고통을 나누는 길이 뭘까 생각해 보니까 판공비를 아끼는 일이 있더라구요.

어릴 때부터 아버지께서 '수입이 없으면 쓰지말라'는 말씀을 늘 해오셔서 절약이 몸에 뱄지요. 밥은 대부분 구내식당에서 먹고 회식도 삼겹살에 소주로 하다 보니 '삼겹살 구청장'이란 별명도 얻고 돈도 좀 남았습니다.

김 군수님처럼 지방행정을 탁월하게 잘 하신 분들이 많은데 이 정도 일로 화제가 돼 다른 단체장들게 미안할 따름입니다.

▦김두관= 아닙니다. 이번 일 정말 잘하신 겁니다. 근데 한가지 아쉬운 것은 시민단체나 주민들이 단체장의 판공비에만 관심을 갖는다는 것입니다.

판공비 실사가 쉽고 단체장들의 도덕성을 평가할 수 있는 명확한 근거가 될 수 있어서 그러겠습니다만, 정작 중요한 것은 몇 십억씩 드는 각종 사업에 대한 감사입니다.

시민단체들이 전문성을 갖고 이런 부분에서 비리를 근절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부작용 있다고 임명제 돌아가서야

-행정자치부에서 자치단체장 임명제를 검토하는 등 지방자치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은데요.

▦김성기= 돌지난 아이가 이제 막 걷기 시작하는데 넘어지고 비틀거린다고 안전하게 기어가라고만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지금의 자치단체장 임명제 논의가 꼭 그렇습니다.

제가 임명직 구청장도 해봐서 아는데 대민 서비스 질에서부터 예산집행 투명성까지 민선을 통해 좋아진 면이 더욱 많습니다.

▦김두관= 맞습니다. 임명제 시절에도 난개발 금품수수 등 비리가 많았지만 이것이 잘 드러나지 않는 구조였죠. 하지만 자치제가 실시돼 행정이 투명해지면서 비리나 부패가 드러나니까 마치 비리가 많아진 것처럼 보이는 것입니다.

이를 막을 제도를 보완해가야지 문제가 노출된다고 해서 바로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는 거죠. 단체장 임명제를 해왔던 지난 50년동안 남해군에는 37명의 군수가 있었는데 평균 재임기간이 1년3개월입니다. 때문에 사업의 일관성도 없고 행정에 대한 책임성도 없었습니다.

▦김성기= 임명제 전환 여론이 특히 광역시 구에서 강한데요, 시ㆍ구정간 연계 및 조화 때문이죠. 이 문제는 '구청장 간담회'등을 법정기구화하고 정례화하면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습니다.

95년부터 대전시에서 이를 실시했는데 임명직 구청장 시절, 명확한 상하관계로 권위주의적이었던 구청장 회의와 달리 민선에서는 대단히 생산적인 자리가 됐습니다.

- 지자체의 문제 중 난개발, 인사전횡, 선심행정 등이 지적되는데요.

▦김성기= 솔직히 현재 단체장에게 난개발을 막을 법적 권한이 없습니다. 임명제 시절에는 러브호텔 신축 등을 규제할 수 있는 조항이 있었지만 최근 규제가 완화돼 허가를 거부하기 힘듭니다.

우리 구 유천동에 10년 전부터 조성된 환락가가 있는데 구청장이 된 후 러브호텔 신축 허가가 계속 쏟아지는 겁니다. 법과 공익 중 어느 것을 우선할 지 고민이 많았지요.

공익이 우선이라는 결론을 갖고 건축허가와 용도변경을 불허했더니 엄청난 압력이 쏟아졌습니다. 담당자들이 하도 어려움을 호소해서 "내가 모든 것 책임질 테니 허가도장 찍지 말라"고 했습니다.

결국 업주들이 행정심판과 민사소송을 제기했는데 행정소송은 이기고 민사에서는 졌습니다. 고심 끝에 임시방편으로 건축법 12조 '시도지사는 일정기간 개발을 제한할 수 있다'는 조항을 이용해서 지난해 9월 시에 허가제한을 청원했고 이것이 받아들여져 올 8월부터 2년간 건축허가를 제한하게 됐습니다.

책임을 물으려면 권한도 함께 줘야지 이런 상황에서 모든 책임을 단체장에게만 돌리는 것이 조금 억울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토호세력 압력금품 유혹 상존

▦김두관= 인사도 마찬가지예요. 임명직인 부단체장만해도 법에는 단체장이 임명하도록 돼 있으나 사실상 광역단체에서 추천하는 사람을 뽑을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군 재정의 25%를 광역단체에서 지원받고 있기 때문에 무시할 수 없는 거죠. 5년 군수 재임 기간 가장 어려운 일이 바로 인사였습니다.

그런데 인사가 한 사람이 만족하면 다른 사람은 불평할 수 밖에 없는 제로섬게임이잖아요. 과거에는 연공서열에 따라 인사를 했지만 지금은 능력에 따라 뽑으니까 평가 기준에 대한 차이 때문에 잡음이 생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현재 인사제도는 지자체장이 맘대로 할 수 없습니다.

단체장이 데려올 수 있는 사람은 6급 비서 한 명뿐입니다. 물론 248개 단체장 중 그런 사람이 몇 명 있을 수도 있으나 인사위원회의 결정과 인사평가기준을 따르고 해당국장들과의 논의과정등을 거쳐야 하므로 독단적으로 인사를 할 수가 없습니다.

-부패의 원인으로 토호세력과의 결탁이 제기되는데 그런 압력을 받은 적은 없나요.

▦김두관= 마을 이장 출신이라 유지들과 인연이 없어서 그런지 직접적인 압력이나 회유는 없었습니다.(웃음) 하지만 간접적인 압력은 꽤 있지요.

지난해 선거 때 저를 도왔던 분이 아는 공무원의 승진을 여러 차례 부탁했는데 계속 거절하니까 앙심을 품고 군수실에 인분 10여리터를 뿌린 적이 있습니다. 다행히 출장 중이어서 봉변은 피했습니다. 현재 단체장에게 공사 인ㆍ허가권이 있기 때문에 금품의 유혹은 상존합니다.

게다가 우리 사회 부패구조가 워낙 넓고 강고하니까 개인의 의지에만 맡기지 말고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시민단체가 국회에 청원한 부패방지법이 올해도 통과되지 못했는데 이 법과 자금세탁방지법, 내부고발자 보호제도 등을 신설해서 유혹을 차단하는 장치를 마련해야죠.

국회의원처럼 '후원회' 필요

▦김성기= 정부와 국민이 단체장을 공무원이라고만 생각하는 태도도 문제입니다. 단체장은 정무직 공무원이지만 다음 선거를 대비해야 하는 정치인이기도 합니다.

제 연봉이 5,000만원이 안됩니다. 물론 1억4,500만원의 판공비가 있으나 그건 개인 돈이 아니니 쓸 수 없지요. 평소 지역민과의 만남을 하려고 해도 돈이 필요한 게 현실입니다.

부패의 유혹을 이기기 위해서는 국회의원, 지구당위원장처럼 후원회를 둘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인ㆍ허가권으로 인한 부패가 우려된다면 후원금의 한도액을 1인당 5만원 정도의 소액으로 정하면 됩니다. 외국에서도 그렇게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김두관= 정부가 재정을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아야 합니다. 이와 함께 단체장의 권력남용을 막는 제도를 보완하면 됩니다.

한 예로 지자체의 자치입법권인 조례는 현재 법령 범위로 한정돼 있는데 이를 위법하지 않는 범위내로 확대했으면 합니다.

이제까지 정부가 권한을 뺏는 방법으로 단체장의 권력남용을 통제해왔는데 이는 주민들의 통제로 더 강화할 수 있습니다.

잘못하는 단체장을 주민들이 해임하는 주민소환제, 주민들이 정책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주민발안제, 주민투표제 등을 실시해야 합니다. 정부의 통제도 예산운용을 잘한 자치단체에 재정지원 인센티브를 주는 등 비권력적 방식을 도입해야 합니다.

▦김성기= 지자제의 정착을 위해서는 주민들의 협조가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단체 행사마다 참석 요청이 있는데 단체장은 혹시 나중의 표 생각을 해서 무리하게 참석하기도 합니다.

단체장이 행정에만 집중할 수 있게끔 도와주시고 잘못했을 때는 비판과 질책을 많이 해주셔야죠.

노향란기자

ranhr@hk.co.kr

김기철기자

kim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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