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없어 죽여달라" 돈받고 살해인터넷 자살사이트에서 알게 된 20대 2명이 강원 강릉에서 동반자살해 충격을 준데 이어 이번엔 자살사이트를 드나들던 10대가 자살을 원하는 20대 동호인을 돈을 받고 살해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서울 노원경찰서는 15일 자살사이트를 통해 알게 된 김모(29ㆍ회사원)씨로부터 "용기가 없어 자살을 못하니, 나를 죽여달라"는 부탁과 함께 100만원을 받고 김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윤모(19ㆍ직ㆍ고교 1년 중퇴)군에 대해 '촉탁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 사건 경위
경찰에 따르면 윤군은 인터넷 자살사이트에 "피치 못할 사정으로 죽지 못하시는 분 같이 죽어 드립니다"란 글과 함께 자신의 휴대폰 번호를 올린 뒤 지난달 27일 같은 사이트를 드나들던 김씨와 알게 됐다.
김씨는 이후 윤군과의 3차례 통화에서 "죽여줄 수 있겠느냐. 돈을 주겠다"고 했고 윤군은 "한 번 해보겠다"고 '수락'했다. 김씨는 이어 지난 11일 낮 12시께 윤군에게 다시 전화, "돈도 준비 됐다. 오늘 만나서 죽여달라"고 부탁했다.
이들은 이날 밤 10시께 서울 청량리에서 만나 술을 마시고 윤락가까지 갔다 온 뒤 이튿날 새벽 2시30분께 노원구 월계역 부근 환승주차장까지 갔다.
이 곳에서 김씨는 윤군에게 " 100만원을 갖고 왔다"며 준비해온 칼을 건넸고, 윤군은 이 칼로 김씨의 복부를 흉기로 찌른 뒤 죽어가는 김씨의 지갑에서 돈을 꺼내 달아났다.
윤군은 "김씨가 칼에 찔린 뒤 '빨리 돈 갖고 가세요' 라며 손짓까지 했다"고 말했다.
■ 경찰 수사
조사결과 윤군은 14일 강원 강릉에서 극약을 먹고 동반자살한 김모(28ㆍ서울K대 4년 휴학)씨와 또다른 김모(23ㆍ여)씨 등 자살사이트에서 알게 된 3명과 지난달 중순 대관령에 가 절벽에서 동반투신하려다 실패한 적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지난달 중순께는 강릉에서 자살한 김씨를 5만원을 받고 목졸라 숨지게 하려다 실패하기도 했다.
경찰이 윤군에게 적용한 혐의인 촉탁살인죄(형법 252조 1항)는 피해자의 부탁이나 승락을 받아 살해하는 범죄로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해진다.
■ 숨진 김씨 주변
숨진 김씨는 부모와 함께 살며 중소 D건설업체에 다녔던 평범한 회사원으로 2년전 애인의 죽음에 큰 충격을 받았다는 것.
최근에는 "건설경기 침체로 회사가 두달째 월급을 못주는 등 곧 망할 것 같다"며 줄곧 "죽고 싶다"고 말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자살사이트 국내 수백개
자살 관련 사이트는 일반에는 생소하지만 상당수 네티즌들에게는 쉽게 접할 수 있는 사이트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주요 인터넷 사이트에서 '자살'이라는 검색어를 눌러 찾을 수 있는 자살 관련 사이트의 수는 줄잡아 3~5개. 검색엔진에 등록되지 않은 자살 관련 사이트와 개인홈페이지까지 합치면 그 수는 이미 수백개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자살 관련 사이트중 상당수는 표면적으로는 회원들이 자살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고 자살충동을 억제하기 위한 방법을 소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자유게시판과 대화방에 들어가면 공공연히 자살방법을 소개하고 공동자살 등을 유혹하는 내용이 적지 않다.
올 3월 개설된 한 사이트에는 15일 하루동안 4,000여명이 방문하는 등 영문도 모른 채 '클릭'하는 네티즌들이 잇따라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 사이트의 게시판에는 "내가 죽어야 하는 이유를 알았어요. (좋은) 자살 방법을 알거나 같이 죽을 분 연락주세요"라며 한 여성네티즌이 '자살 제안'을 하는 등 자살 관련 글들이 매일 40~50건씩 올라 충격을 주고 있다. 미국 등에서는 자살사이트가 '범람', 사이트를 보고 실제로 목숨을 끊은 네티즌이 적지 않아 경계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김태훈기자
onewa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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