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을 지났으나 예스럽지 않다(歷千劫而不古). 한국인의 집단무의식을 이루며, 상징 체계의 기저에 자리잡은 고전 작품이 그러하다. 우리 고전을 케케묵은 서가에서 꺼내 바람을 쐬인다.현암사가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고전'시리즈로 고전 다시 보기를 시작했다.
한문투 문장은 우리말로 풀고, 비문이나 노골적 번역 투의 글은 현대 국어로 고쳐 현대인도 고전의 깊은 맛에 쉬 빠져 들게 한다. 이번의 제 1차 발간분은 '구운몽', '춘향전', '심청전', '홍길동전' 등 모두 4권이다.
인생무상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한 귀족 소설(구운몽), 비속함과 전아함을 두루 갖춘 양면성의 소설(춘향전), 현실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새로운 한국적 여인상(심청전), 사회소설ㆍ영웅소설ㆍ혁명소설의 원형(홍길동전) 등의 기본 시각을 갖고 이들 텍스트를 다시 읽자는 것이다.
관련 삽화, 어려운 말 해설 코너 등 관련 자료들을 매 쪽마다 동원, 고전을 깊게 다시 읽는 재미를 선사한다.
한국 고전문학을 전공한 수필가인 저자 김선아씨의 문장이 고졸미와 날렵함을 겸비했다. 문학 박사로서의 정확한 서술, 수필가로서의 유려한 문체를 동시에 맛볼 수 있다. 현태준 김성민 등 전문 일러스트레이터들의 그림과 판화가 책의 무게를 더 한다.
장병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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