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민주당의 앨 고어 후보측은 절망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당사자인 고어 후보는 윌리엄 데일리 선거 대책본부장을 통해 발표한 짤막한 성명서에서 "판결문이 너무도 복잡하고 길어 이를 정밀 분석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며 "수요일(13일)중에 공식입장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의 부통령 관저에 이틀째 두문불출중인 고어 후보는 심야에 변호인들과 전화접촉을 갖고 대책을 숙의했다.
이처럼 고어 후보가 승부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즉각적인 '항복선언'을 유보한 데 비해 민주당 지도부는 패배를 시인해야 한다는 견해와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엇갈렸다.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에드 렌들의장은 이날 방송과의 회견에서 "고어 후보는 판결을 받아들여 패배를 시인해야 한다"며 "전화를 통해 이 같은 의견을 고어 후보에게 전했다"고 말했다.
로버트 토리첼리 민주당 상원의원도 "대권 경쟁은 이제 결론이 났다고 생각한다"며 "부시 후보가 미국의 차기 대통령이 될 것이며 고어 후보가 이 판결을 정중히 대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고어 후보 진영의 변호사인 덱스터 더글러스도 "우리가 진 것 같다"면서 "이번 판결은 우리가 재검표를 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더 이상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조 앤드류 민주당 전국위원회의 당직책임자는 에드 렌들 의장의 주장에 대해 "당을 해치는 행위"라고 비난하고 "그는 이 같은 말을 할 자격이 없으며 패배시인여부는 전적으로 고어 후보 자신에게 달려있다"고 주장했다.
또 제시 잭슨 목사도 "아직도 우리가 추구할 방법이 남아있다"고 전제하고 "플로리다 주법에 보장된 공문서 접근권을 활용, 대통령 취임일(1월 20일) 이전까지 나머지 미검표의 개표를 별도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고어측의 한 법률 전문가도 "연방 대법원이 플로리다주 대법원으로 사건을 파기 환송한 것은 최소한 수작업 재검표가 새로운 기준에서 다시 재개될 수도 있다는 희망을 남겨 준 것"이라며 승부포기는 이르다고 주장했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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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2000/12/13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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