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일 간의 격렬한 쟁투였다. 미국의 제 43대 대통령을 결정하기 위한 법정공방이 12일 일단 막을 내렸다. 백악관에 입성하기 위한 민주당의 앨 고어 후보와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후보간의 한치 양보 없는 대결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등 법정드라마를 보는 듯 했다.주 카운티 순회법원, 주 대법원, 연방 대법원에서 각종 소송이 난마처럼 얽혀 진행됐고 결국 연방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통해 백악관의 새 주인을 가리는 미국 역사상 초유의 일이 빚어졌다.
사상 첫 재검표 11월 7일(이하 11월 현지 시간) 선거개표 중간결과 누구도 대통령 당선에 필요한 선거인단 271명을 확보하지 못한 가운데 세계의 눈은 플로리다주의 선거인단 25명을 누가 차지하느냐에 쏠렸다.
8일 새벽 2시 CNN 등 미국의 주요 방송들은 부시 후보가 플로리다주에서 승리, 선거인단 271명을 확보해 당선이 확정됐다고 긴급 보도했으며, 고어 후보도 부시 후보에게 당선 축하전화를 건네 21세기 미국의 첫 대통령이 결정되는 듯 했다.
그러나 플로리다주에서 두 후보의 표 차이가 자동 재검표 요건인 총투표의 0.5%내로 줄어들자 CNN은 2시간여 만에 당선 보도를 취소하는 등 혼란이 빚어졌고 대선의 향방이 불투명해지기 시작했다.
플로리다주 선거관리위원회는 8일 두 후보의 표 차이가 1,784표 밖에 나지 않자 주법에 따라 자동 재검표를 실시하며, 재검표 결과를 17일 완료되는 해외 부재자투표의 개표 결과와 합산, 승자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고어 후보측은 9일 민주당의 강세지역이자 '나비형' 투표용지 문제로 개표 논란을 빚고 있는 팜 비치, 마이애미-데이드 등 4개 카운티에서 수작업 재검표를 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부시 후보측은 11일 수작업 재검표를 금지시켜 줄 것을 마이애미 연방 법원에 제소, 지리한 법정공방전을 예고했다. 팜 비치 선관위는 12일 공화당의 제소에도 불구, 카운티 전역에 수작업 재검표를 실시할 것을 명령했으며 볼루시아 등 나머지 3개 카운티에서도 수작업 재검표가 시작됐다. 게다가 마이애미 연방지법은 13일 부시 후보측의 수작업 재검표 금지 소송을 기각, 고어에게 수작업 재검표를 통한 역전의 꿈을 심어줬다.
플로리다주 국무장관 부시 승리 선언, 주 대법원 유보 판결 재검표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캐서린 해리스 플로리다주 국무장관은 13일 오전 각 카운티의 개표결과를 예정대로 14일 오후 5시까지 준수하라고 전격 지시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측은 즉각 수작업 재검표 마감 연기 소송을 제기했으나 리언 카운티 순회법원의 테리 루이스 판사는 14일 마감시한을 지키라고 판결했다. 루이스 판사는 그러나 해리스 장관이 건전한 재량권을 발휘, 마감시한 이후의 정정보고를 받아들일 수 있다고 덧붙여 추후 수작업 재검표 결과 수용여지를 열어뒀다.
그러나 해리스 장관은 15일 수작업 재검표를 반영치 않겠다고 발표했으며, 리언 카운티 순회법원도 17일 주 국무장관의 수작업 재검표 수용거부 결정은 정당하다며 고어 후보측의 소송을 기각, 해외 부재자투표가 대선당락의 향배를 결정하게 됐다.
부시 후보는 해외 부재자투표 개표를 포함해 고어 후보에 930표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주 대법원은 17일 고어측의 긴급 상고를 받아 들여 최종판결이 날 때까지 선거결과를 발표하지 말도록 주 선거당국에 명령, 승자 선언이 또 다시 연기됐다.
고어 후보는 15일 오후 워싱턴에서 3개 카운티의 수작업 재검표 결과를 수용하든지 아니면 수작업 재검표를 주 전체로 확대 실시하자며 부시 후보측에 정치적 타결을 제안했으나 부시 후보는 이를 거절했다.
주 대법원 수검표 최종개표 포함 판결, 주 국무장관 다시 부시 승리 선언 주 대법원은 21일 심리에서 만장일치로 수작업 재검표 결과를 26일 오후 5시까지 최종집계에 포함시키라고 판결, 고어 후보에 희망을 주었다. 부시 후보는 22일 주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연방 대법원에 상고했다.
마감시한 연장 판결에도 불구, 마이애미- 데이드의 선관위는 22일 시한내에 수작업 재검표를 완료하지 못한다며 수작업 재검표를 전격 중단했으며, 고어 후보측은 주 대법원에 마이애미-데이드에서 수검표를 재개토록 명령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했으나 주 대법원은 23일 이를 기각했다.
고어 후보측은 수작업 재검표에서 기대만큼 몰표가 나오지 않자 천공자국만 난 딤플(dimple)표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으며 팜 비치 카운티 순회법원은 22일 딤플표의 수작업 재검표에 포함하라고 판결했다. 주 선관위는 26일 최종개표 결과 부시 후보가 537표차로 고어 후보를 물리치고 선거인단 25명을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해리스 장관은 이날 마감시한까지 수작업 재검표를 완료치 못한 팜 비치의 마감시한 연장 요청을 거부하고 기존의 기계검표결과만을 최종집계에 포함시켰다. 부시 후보는 이날 주 선관위의 발표 후 대선 승리를 선언하며 정권인수작업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주 대법원의 수검표 판결과 연방대법원 수검표 중지명령 및 최종판결 고어 후보측은 주 선관위의 최종개표결과는 팜 비치의 수작업 재검표 결과를 반영치 않아 불복한다고 밝히며 27일 리언 카운티 순회법원에 주 선관위 인증 선거결과에 대해 이의를 제기, 법원이 다시 대선 당락의 판정자로 나서게 됐다.
리언 카운티 순회법원의 샌더스 솔즈 판사는 12월 4일(이하 12월 현지 시간) 마이애미-데이드와 팜 비치의 1만 4,00여 논란표에 대한 수작업 재검표를 촉구한 고어측의 소송을 기각했으며, 고어 후보는 판결 직후 즉각 주 대법원에 상고했다. 연방 대법원도 같은 날 주 대법원의 수작업 재검표를 위해 마감시한을 연장한 판결을 파기 환송했다.
주 대법원은 8일 4 대 3으로 모든 카운티의 논란표에 대해 수작업 재검표를 즉각 실시하고, 보고시한을 넘긴 팜 비치 카운티 등의 개표 결과도 최종집계에 포함시키라고 판결, 두 후보측의 희비가 엇갈렸다. 그러나 연방 대법원은 9일 부시 후보측의 긴급 청원을 받아들여 5 대 4로 수작업 재검표 중지명령을 내려 하룻 만에 다시 희비가 교차했다.
연방 대법원은 12일 부시 후보의 손을 들어주는 최종 판결을 내림으로써 지난 달 7일 선거 이후 35일만에 대통령 결정을 위한 큰 매듭을 지었다.
최기수기자
mounta@hk.co.kr
입력시간 2000/12/13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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